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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철도망에 대한 청사진이 나왔다. 오는 2022년까지 포항∼동해 철로 전체 구간이 전철화되면서 울산의 철도 밑그림은 완전히 새로운 양상으로 변할 태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4일 포항∼동해 전철화 사업 추진을 위한 기본·실시설계 용역에 착수했다. 철도시설공단이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며 총사업비 4,875억 원을 투입해 2022년 공사를 마칠 계획이다. 

전철화 사업이란 디젤 기관차만 운행이 가능한 구간에 25㎸ 전기를 공급하는 전차선로 등을 설치해 전기 차량이 운행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는 사업을 말한다. 현재 동해선은 부산∼포항, 동해∼강릉 등 일부 구간만 전철 운행이 가능하다. 이번 사업이 완료되면 동해선 부산을 출발해 울산을 거쳐 강릉으로 이어지는 전 구간에 전기철도 고속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국토부는 소개했다. 

국토부는 아울러 2022년 포항∼동해 구간 개통 이후 EMU(고속열차)가 부산∼강릉 6회, 동대구∼강릉 5회 운행할 예정이며 앞으로 남북철도 및 대륙철도 연계 기능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국가 균형 발전 프로젝트 사업으로 추진되는 만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철저히 관리해 적기에 공사를 마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철도망이 이처럼 갖춰지면 울산의 북방교역 환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울산에는 북한과의 경제교류 및 협력을 위한 물류 인프라인 육로, 해로, 철로가 구축돼 있다. 향후 북방시대의 거점이자 환동해권의 교통요충지로 잠재력이 크다. 

북한, 중국, 러시아, 일본의 주요 항구와 교류가 가능한 울산항이 있고, 울산~포항 고속도로 개통으로 울산-경주-포항, 나아가 강원도 속초, 북한 나진, 더 나아가 동시베리아와 북극해까지 경제 권역을 확대하는 환동해안시대를 향한 여건이 마련돼 있다. 동해안을 통한 한반도종단철도·시베리아횡단철도와 연결사업에서도 울산은 환동해안 거점이 되기에 충분하다.

실제 울산항의 경우, 1990년 말 대북 물자 수송의 전진기지였다. 비료와 쌀은 물론 북한 모래운송까지 이뤄지던 당시 전국 운송 물량의 절반이 울산항을 통해 수송될 정도로 대북 지원물자 수송의 중심항구 역할을 했다. 대북교류가 가장 활발했던 1999년에만 유류와 건설자재, 비료 등 무려 36만 3,000톤, 전체의 52%가 울산항을 통해 북한으로 운송됐다. 

울산은 동해남부선과 동해북부선을 잇는 지역으로 부산에서 강릉~고성 제진 구간을 연결하는 동해선의 중간 기착지이다. 때문에 울산은 동해선을 통한 북방물류에서 최대 수혜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동해선은 부산에서 북한, 중국, 러시아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거쳐 영국 런던까지 이어지는 철로 중 일부로 동해북부선만 단절된 상태다.

울산을 중심으로 한 철로인 동해선이 이어지면 북한을 통해 러시아나 몽골, 중국, 나아가 유럽까지 연결될 수 있다. 울산이 동북아 물류의 '시작점'이자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울산이 향후 이어질 남북 경제교류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다. 이 같은 잠재력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동해안 경제권역 및 국가와 공조를 펼쳐 나간다면 대북교류가 울산 재도약의 획기적 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울산발전연구원은 "북한과의 교류에 용의한 바닷길, 철길, 육로가 울산을 중심으로 조성돼 있는 지역적 이점은 남북교류에서 새로운 활력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기존의 장치산업 위주의 제조업이 아닌 산업정책의 근본적 변화로 물류·관광·첨단산업 성장거점지대로 거듭나야 가능한 일"이라고 제언하고 있다.

철도의 연결은 단순한 교통수단의 연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강원도의 경우는 남북교류사업 재개 시 가장 가시적인 진전이 기대되는 사업으로 동해선의 연장선인 강릉∼고성 제진 간 동해북부선 철도 등 남북 강원도 간 철도 연결을 우선순위에 두었다. 동해북부선은 통일·북방시대를 대비하는 남북 종단연결교통망이자 미래 유라시아대륙과 통하는 핵심 교통망이다. 

문제는 이 철도 노선이 한반도철도(TKR)∼시베리아철도 연계의 최적 노선인 데다 경제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는 데 있다. 만약 이 노선이 정말 실현된다면 해상운송보다 수송시간을 23일 단축, 획기적인 물류비 절감이 가능하다. 특히 동해북부선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경제지도 구상의 핵심 중 하나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울산은 이미 동해안 시대를 대비한 여러 가지 준비를 해왔다. 

앞으로 울산의 노력 여하에 따라 북방 경제의 호재는 얼마든지 더 확장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동해안시대를 넘어 북방교역의 중심지이자 환동해권의 중심항만으로 울산의 밑그림을 그려야 할 시점이다. 제대로 된 준비를 통해 북방교역의 중심지역으로 그 위치를 점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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