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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장수와 현세의 복을 구하기 위해 그려진 산신도는 불교와 우리민족의 토속신앙인 산신신앙의 내용을 도설하고 있는 불화다. 그림의 내용은 산신을 중심으로 그의 화신인 호랑이가 그려지며, 산신을 시봉하는 동자들이 묘사되기도 한다.

 

석남사 산신도
석남사 산신도

 

#산신· 호랑이 그려진 채색불화
울산시 유형문화재 제33호로 지정된 석남사 산신도는 면 바탕 위에 산신과 호랑이를 그린 채색불화다. 산꼭대기 평지 위에 노인 모습의 산신과 그 옆으로 산신의 몸을 휘감아 앉은 호랑이가 화면 가운데 크게 배치돼 있으며, 그의 뒤편으로 두 그루의 노송과 그 옆으로 과반을 든 동녀가 작게 표현돼 있다.


화면구도는 가운데를 사선으로 잘라 위, 아래를 비슷한 공간으로 만들고 전면에는 산신과 호랑이를 크게 배치해 예배자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뒷면의 절제된 청공과 노송 등의 배치가 화면의 깊이 감을 잘 드러나게 한다. 산신은 왼손에 든 파초를 들고 결가부좌해 몸을 오른쪽으로 틀어 앉았고, 시선은 오른쪽 아래를 바라보고 있다. 머리에는 붉은 상투관과 어깨까지 길게 늘어진 투명 망건을 쓰고 있으며, 흰 얼굴에는 깊게 골진 주름과 길게 늘어진 눈썹과 수염이 과장되게 표현됐다. 몸에는 붉은 색 바탕에 금선으로 장식된 도포를 입고 가심 아래 길게 청색의 패슬을 두른 후 흰색의 끈으로 묶었다. 또 양측 어깨에는 천의처럼 녹색 띠를 걸쳐 그 자락이 바닥까지 구불구불 내려와 바람에 휘날린다. 옷은 화려하고 섬세하게 표현돼 존귀한 자의 옷차림을 보여준다.


화면 아래 붉은 색으로 마련된 화기에 따르면 이 그림은 1863년에 해인사의 경운당 성규(性奎)에 의해 그려졌음을 알 수 있다. 본암(本庵)에서 그려 다른 암자에 봉안했다는 내용도 보이는데 여기서 본암은 정확히 알 수 없다. 산신도는 절제된 구성과 안정적 공간감을 보이는 비교적 이른 시기의 형식을 보이며, 19세기 중후반 활동했던 성규의 화풍은 물론 경상도 지역 불화승들과의 교류를 살펴볼 수 있는 기준 작으로 그 가치가 높다.

 

불교와 토속신앙 불화 석남사·용화사 산신도
용화사 산신도

 

# 노인모습의 산신
울산시 문화재자료 제19호로 울주군 용화사에 봉안된 산신도는 가로 68.7㎝, 세로 52.5㎝의 규모로 비단위에 그려진 채색화다. 깊은 산골짜기를 먼 배경으로 화면 좌측에 약간 치우쳐 그려진 노인모습의 산신이 있다. 손을 뻗어 호랑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데 부리부리한 매서운 눈과 흰 이빨을 드러내며 웅크리고 앉은 호랑이와 무표정하게 호랑이를 제압하는 산신 표정과는 자못 대조된다.


채색은 붉은 색과 녹색을 위주로 그려지고, 흰색과 군청을 보조색으로 사용했으며, 탕건이나 수염, 얼굴, 장삼 등의 섬세한 필치, 민화풍의 노송과 준(峻)을 넣은 암반의 표현 등은 단연 돋보인다. 화면 아래 적힌 화기의 내용을 통해 도광(道光) 이십사년 갑진(甲辰), 즉 1844년에 제작됐음을 알 수 있다. '백운(白雲)'의 내용으로 보아 울주 인근 백운산의 한 사찰에 봉안돼 있었던 것으로 이곳 용화사에 이봉(移奉)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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