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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제2대 유리왕 3년 10월에 왕비 송 씨가 죽자 왕은 다시 두 여자를 후실로 맞아들였는데, 한 사람은 화희(禾姬)라는 골천 사람의 딸이고, 또 한 사람은 치희(雉姬)라는 한(漢)나라 사람의 딸이었다.

두 여자가 사랑 다툼으로 서로 화목하지 못하므로 왕은 양곡(凉谷)에 동궁과 서궁을 짓고 따로 머물게 했다. 그 후 왕이 기산에 사냥을 가서 7일 동안 돌아오지 않은 사이에 두 여자가 다툼을 벌였다. 화희가 치희에게 "너는 한나라 집안의 천한 계집으로 어찌 이리 무례한가?" 하면서 꾸짖으니 치희는 부끄럽고 분하여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왕은 이 사실을 듣고 말을 채찍질하여 쫓아갔으나 치희는 노하여 돌아오지 않았다. 왕이 일찍이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마침 나뭇가지에 꾀꼬리들이 모여 놀고 있는 것을 보고 느끼는 바가 있어 노래를 지어 불렀다. 이름이 황조가(黃鳥歌)다. 여기서 황조는 곧 꾀꼬리의 한자이다. 

펄펄 나는 저 꾀꼬리/암수 서로 정답구나/외로워라 이 내 몸은/뉘와 함께 돌아갈꼬(翩翩黃鳥 雌雄相依 念我之獨 誰其與歸)

고려 가요 '동동'은 임을 사랑하는 마음을 열두 달의 순서에 따라 노래하는 월령체 형식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그중 '동동'의 4월령에는 '4월을 잊지 않고 아아, 오는구나 꾀꼬리새(곳고리새)여. 무엇 때문에(어찌하여) 녹사님은 옛날을 잊고 계시는구나'했다.  

'동동'의 4월령을 통해 두 가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나는 여름철새의 꾀꼬리의 우리나라 도래 시기가 4월임을 알 수 있다. 즉 음력 4월이면 양력 5월인 셈이다. 지금도 5월이면 꾀꼬리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꾀꼬리는 때맞추어 돌아오는 새로 비유하고 있다. 꾀꼬리는 돌아오는데 그리운 임은 돌아오지 않음을 아쉬워하는 것이다.

가수 박재란(1938년생)은 목소리가 좋아 붙여준 예명(藝名)이 '원조 꾀꼬리'이다. 80살인 현재도 여전히 꾀꼬리 소리로 통한다. 

가수 조용필(1950년생)이 부른 노래 중에 <못 찾겠다 꾀꼬리>에 대한 일화이다. 70년대 중반 대마초 사건으로 세간의 입이 오르내리던 가수 조용필씨가 통도사 극락암을 찾았다. 그가 찾은 곳은 어지러운 마음을 추스르려 찾은 곳이다. 그를 모르던 경봉 노승이 "너는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자 "노래하는 가수입니다"라는 대답에 "그럼, 너는 꾀꼬리구나, 꾀꼬리를 찾거라"라는 선(禪)의 물음을 들은 후 늘 화두로 마음에 담았다가 작곡한 곡이 '못 찾겠다 꾀꼬리'였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선사가 조용필에게 던진 꾀꼬리는 참주인을 찾는 화두(話頭)이다. 

꾀꼬리는 울음소리가 매우 맑고 고우며 모양도 온통 노란색으로 인해 아름답다. 이런 연유로 예로부터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시가의 소재로 등장하기도 하였다. 울음소리는 복잡하면서도 아름다우며, 산란기에는'삣 삐요코 삐요'하고 되풀이해서 우는 등 다양한 소리를 낸다. ≪물명고≫와 ≪재물보≫에서는 꾀꼬리는 32가지의 소리굴림이 있다고 하였다. 때문에 불교에서는 꾀꼬리를 관음보살의 화신(化身)으로 상징한다. 관음보살이 중생의 근기에 따라 서른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이유이다. 꾀꼬리는 반드시 서른두 가지는 아니라 해도 그만큼 울음소리가 다양하게 내는 새이기에 그런 이야기가 붙어 다닌다. 

《신증동국여지승람》(1530)<경주고적조〉에는 동도 기 전화앵에대한 기록이 있다. 본문을 인용하면, '열박령은 부로부터 남쪽 30리에 있다. 동도 기 전화앵이 묻혀있는 지역이다' 동도의 기녀의 이름이 전화앵이다. 이름 속의 앵(鶯)은 꾀꼬리를 말한다. 기녀의 예명에서 꾀꼬리는 목소리가 곱다는 의미로 부른다. 7월 말이 되자 꾀꼬리 울음소리가 듣기 쉽지 않다. 번식기가 지나고 새끼를 기르는 시기도 지났다. 구태여 울 필요가 없어졌다. 꾀꼬리의 순우리말은 '고리'·'리'라고 하였다. 한자어로는 흔히 앵(鶯)이라 한다. 황조(黃鳥)·황리·여황·창경(倉庚)·황백로(黃伯勞)·박서(搏黍)·초작(楚雀)·금의공자(金衣公子)·황포(黃抱)·이황(離黃)· 등 여러 이름이 있다. 

외에도 황율류(黃栗留), 황유리(黃流離) 등이 있다. 효명세자가 어머니 순원숙황후의 나이 사십을 축하하기 위해 진연에서 추었다는 궁중무용 춘앵무(春鶯舞)도 있다. 또한 나이 어린 사람이 생원 혹은 진사 그리고 과거에 급제 때 입던 예복을 앵삼(鶯衫)이라 부른다. 둘은 꾀꼬리의 노란색과 비슷하다 하여 이름에 앵자를 넣었다. 

지구상에는 꾀꼬리과의 조류가 28종이 알려져 있으며,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열대지방에 주로 서식한다. 우리나라에는 단 한 종이 여름새로 도래한다. 중국 남부·인도차이나·버마·말레이반도 등지에서 월동하고 4월 하순에서 5월 초순에 우리나라로 날아와 번식한다. 꾀꼬리는 깊은 산속에서부터 농촌과 도시의 공원에 이르기까지 도처에서 쉽게 관찰되는 새다. 몸길이는 26㎝ 정도이다. 어른 새의 경우 온몸이 선명한 황금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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