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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82년 영화 '철인들'을 찍을 때였다.
'철인들'은 현대중공업을 배경으로 중동에 수출한 철 구조물을 만든 근로자들의 투지와 애환을 그린 작품으로 그해 대종상 계몽부문 작품상을 탔다.


두 번째 인연은 2013년 국민대통합위원회의 민간위원으로 위촉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잡이 유적인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방안을 연구해 위원회에 발표했던 일이다.
세 번째 인연은 지난해 국내에서 유일한 산악영화제인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을 맡은 것이다.


울산은 강과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자연의 고장이다. 그래서 영화제 일로 울산을 찾을 때마다 자연 속에서 힐링하는 기분이 든다.
더욱이 영화제 사무국이 있는 영남알프스 간월산 자락에 위치한 복합웰컴센터로 가기 위해 등억의 숲길을 달릴 때부터 맑은 공기에 가슴이 탁 트여진다.
세계에 알프스라는 이름을 붙인 산이 다섯 나라에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울산의 영남알프스이다. 영남알프스를 국내외에 알리고 그 이미지에 걸맞는 영화제를 만든 것이 바로 올해 4회째를 맞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이다.


서울이나 외지에서 초대받은 게스트들이 영화제가 열리는 복합웰컴센터에 들어서면 사방이 푸른 산으로 둘러싸인 자연 경관에 놀라며 다른 영화제와는 다른 이색적인 분위기와 산악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에 신선한 기분이 든다고 한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자주 받는 질문이 산악영화제에서 하는 영화가 어떤 영화냐 라는 것이다.


그럴 때 마다 나는 "멀티플렉스에서 하는 영화와는 다른 자연과 인간을 다룬 무공해 청정 영화가 우리 영화제에서 하는 영화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요즘의 상업 영화에는 자극과 공상이 넘쳐난다.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의 모습 대신 CG로 만들어진 가공의 세계가 펼쳐진다. 영화가 흥행을 위해 일시적 쾌락과 왜곡된 인간의 모습만을 보여준다면 관객의 정서에 해를 끼칠 수 있다.
문화 도시로 거듭나려는 울산은 단순한 여흥거리를 뛰어넘어 시민의 정서 함양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야 수준 있는 문화 도시가 될 수 있다.


반드시 많은 시민이 붐비는 축제가 성공한 축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찾는 관객들 중에 장래 울산을 이끌 청소년들이 영화를 통해 인간의 선한 의지와 자연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다면 앞으로도 울산의 자연을 지키며 보호할 것이다.
시작한지 몇 해만에 아시아 최대의 산악영화제로 자리잡은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더불어 울산의 대표적인 문화 브랜드로 국내외에 이름을 드높이기를 기대한다.


한편 제4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9월 6일부터 10일까지 전 세계 산악영화 뿐 아니라 산, 사람, 자연을 주제로 한 총 45개국 159편의 영화들이 상영된다.
더불어 관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연, 포럼, 체험 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개할 예정이다. 공간 면에서는 울주군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와 함께 언양읍행정복지센터, 범서읍 울주선바위도서관까지 확대되며, 울산시민들이 함께 참여한 2019 공식 트레일러와 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보여준 관객 리뷰단 등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을 확대, 함께 하는 영화제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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