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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시의 허드슨야드는 맨해튼 철도차량 기지를 재개발했다. 오는 2025년까지 단계별로 고층 고급아파트와 쇼핑센터, 호텔 등 초대형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대역사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현실성 없는 각종규제와 행정의 능동성 때문이었다. 이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규제완화 조치는 고도제한을 풀어주는데 있었다.

일본 도쿄역 개발도 이와 유사한 사례다. 개발 전에 도쿄역 주변은 이중삼중 규제에 묶여 사람들이 떠나면서 도심 공동화 현상이 심했다. 일본 정부는 도쿄 도심을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이 지역의 고도 제한과 건축물 규제를 파격적으로 풀며 재개발에 착수했다. 민간 기업들이 사업에 참여하며 도쿄역 주변은 국제 경쟁력을 갖춘 복합단지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서울 강서구 역시 고도제한에 묶여 도시 발전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 지역 주민들은 일찌감치 고도제한 완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올해 초에는 국토교통부를 방문해 고도제한 완화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얼마 전에는 대정부 건의문과 주민서명부를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고도제한으로 강서구 발전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의 긍정적인 답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역시 건축물의 고도기준이 되레 난개발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다.

고도제한의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지역이 바로 울산 중구다. 울산 중구는 숙원사업인 공항 고도제한 완화를 지원하기 위한 조례 제정 이후 본격적인 첫 활동으로 민·관 협력 기구인 '고도제한 완화 추진위원회' 구성에 나섰다. 중구는 9월까지 두 달여 간 공항 고도제한 완화 추진위원회(이하 위원회)에 참여할 위원을 모집한다. 위원회는 울산 중구 공항 고도제한 완화와 관련한 지역발전 및 구민의 재산권 회복 등을 위한 연구 용역을 지원하고, 관련 정보를 주민들에게 알리는 등 활동을 벌이게 된다.

위원회는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해 25명 이내로 구성되며, 공항 고도제한에 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하거나 지역발전에 관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 등으로 뽑는다. 단, 중구청 주민자치국장, 안전도시국장, 도시과장은 당연직 위원을 맡는다. 위원회는 공항 고도제한 완화 관련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분과위원회를 둘 수 있으며, 직무 수행에 필요할 경우 관계공무원 또는 전문가를 위원회에 참석하게 해 의견을 듣거나 관계기관 및 단체 등에 대해 자료와 의견 제출 등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중구는 보다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주민 뿐 아니라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법률, 항공, 도시계획 등 분야별 전문가들을 추천받고 있으며, 연말까지 위원회 구성을 마친 뒤 운영에 들어갈 방침이다. 앞서 중구는 주민 재산권과 개발에 영향을 미치는 고도제한 문제와 관련해 전문적인 연구와 제반 활동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자 고도제한 완화 추진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위원회 구성 역시 이 조례를 근거로 하고 있으며, 이로써 조례 제정 이후 중구의 고도제한 완화 활동이 본격적인 첫 발을 떼게 된 셈이다.

울산 중구는 서울 강서구 공항 고도제한 완화 추진위원회를 '롤 모델'로 삼고 중구 공항 고도제한 완화 추진위원회를 운영해 나갈 방침이다. 서울 강서구 공항 고도제한 완화 추진위는 2006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이후 2013년 전국 최초로 주민, 교수, 전문가 등 35명으로 출범했다. 이후 강서구청과 지역 국회의원, 유관 기관과 유기적인 협의를 통해 항공법 개정과 국제세미나 개최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이에 중구는 강서구와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고도제한 완화 추진을 위한 협의와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울산 중구는 울산공항 인근의 약사·반구·성안·병영·복산·학성·옥교동 일원이 고도제한을 적용받아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있어, 박태완 중구청장이 이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고도제한 완화 업무를 적극 추진 중이다.

울산 중구의 경우 실제로 울산항공의 안전을 위한 고도제한 등 각종 규제 때문에 수년째 재개발이 어려워, 노후불량주택 밀집지역으로 전락했다. 특히 중구가 야심차게 추진중인 병영성 누각 복원 등 문화관광사업은 고도제한에 막혀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중구는 서울 강서구와의 지속적 교류를 통해 항공고도제한으로 인한 지역주민 재산권을 회복하고, 현재 병영동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도시재생사업도 활성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박태완 구청장은 "고도제한 완화는 어느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의 공항 주변 지방자치단체들이 모두 겪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인 만큼 이들 지자체들이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한다"며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 현실성이 없는 과거의 잣대로 고도제한을 유지하는 것은 잘못된 규제다. 김포공항과 인접한 서울 강서구가 고도완화 추진위를 통해 가시적인 활동과 그에 따른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중구의 고도제한 완화 추진에도 긍정적인 소식이 전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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