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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주차장, 사무공간, 작업실, 심지어 집과 자가용까지 공유의 대상이 확대돼  가고 있고, 장소의 공유, 공간의 공유, 사물의 공유 등 공유라는 말이 요즘 화두가 되고 있다. 한정된 장소와 부족한 자금에서 오는 여러가지 한계를 돌파하는 수단으로 떠오르는 것이 공유이기 때문이다.
다양의 공유의 예로 1868년에 문을 연 전통시장 알 세크레탕은 파리인들의 생활의 일부분이었지만 우리나라의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대형 유통업체 붐으로 경쟁력을 잃었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2013년부터 2년 동안의 재개발 과정을 거쳐 2015년 새롭게 문을 열었고, 그 과정에서 눈여겨 볼만한 것이 바로 '공유'이다.
전통시장이 상인들만 있는 공간이 아닌 대형마트, 피트니스센터, 북카페, 놀이방 등이 같이 있는 형태로 거듭났고, 프랑스의 많은 도시의 전통시장들이 공유와 상생을 통해 문화생활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을 한 결과,  지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전통시장으로 다시 부활하게 됐던 것이다.


그리하여 런던, 로테르담, 바르셀로나 등 유럽 각지에서도 전통시장을 되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전통시장을 상인들만  머무는 공간이 아닌 지역민과 함께 머무는 공간에 대한 고민을 했고, 이에 대형 유통업체 및 다양한 복합문화 공간과의 공유와 상생을 택하고 있다.


여기 또 다른 공간의 공유로 주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곳이 있다.
치졸하기 짝이 없는 무역보복을 하고 있는 일본의 예를 지금 들게 돼 송구스럽지만, 사회복지 법인 코주카이에서 운영하는 노인복지시설에서는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지역의 아동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후쿠오카시의 공공 요양시설 '마나 하우스'에서는 2016년부터 방학 동안 지역 아동들이 자습하는 장소와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고령자시설과 지역 아동 간의 교류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 비슷한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고령자 시설이 시가현에서만 10곳으로 늘고 있고, 일본 전역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보듯 그 나라에서도 처음 공간의 공유를 시작했을 때 환영만 받은 것은 아닐 것이다.
사업초기 한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이 불편하고 낯설었지만, 지금은 어르신들께서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니 힘이 난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또 평소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거리에서 만나면 서로 반갑게 인사하는 광경을 볼 수도 있게 됐다고 이야기 한다.
저출산으로 인해 국가와 지방정부에 양육의 책임과 역할 요구는 더더욱 증대 되고 있고,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어르신들에 대한 복지비용과 시설물확충 요구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좁은 토지면적, 복지시설요구 증가, 한정된 자본으로는 수요를 모두 충족시킬 수 없을 것 이다.


저성장·저출산·고령화의 인구변화를 보면 제품에서 서비스로 소유에서 이용으로 풀타임에서 파트타임으로 바뀌는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어 볼 수 있다. 그 속에서 우리 지방정부도 주민의 복지서비스에 대한 방법을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우선 공공시설물에 가변성과 공유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공원에 있는 노인복지관의 일부를 개방해 노인일자리 창출형 카페로, 초등학교와 주택이 밀집해 있는 노인복지관은 거점형 아동·청소년 센터 등으로 운영해보는 방안들을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또한 주차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주택가의 학교운동장을 활용한 지하주차장 조성, 빈교실을 활용한 아동돌봄센터 운영 등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 공간의 공유는 모두에게 효율적일 것이다.


또한 향후에도 초고령화, 독거세대의 증가 등에 따라 마을 곳곳에 있는 경로당 등 지역 고령자시설의 증가와 확장이 예상되는바 이런 시설들이 공공인프라스트럭처로써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의 공유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플랫폼이 진화하면서 신·구 플랫폼간의 갈등은 불가피하지만 결국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화를 거듭하듯이, 변화가 아닌 전환의 시대이며 독점이 아닌 공유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도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나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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