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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대표 해수욕장인 서생면 진하해수욕장 입구에 도회지 사람들 입장에선 다소 생뚱맞은 현수막이 나붙었다. “목욕탕 부지 선정은 주민직선제로 결정하라!"“목욕탕은 주민이 원하는 하나로 마트 주변지역에 건립하라!" 울주군 유일의 지정 해수욕장이 자리 잡은 진하 일원에 대중 목욕탕이 없어 벌어지고 있는 해프닝이다.


진하해수욕장 일원 깨묵천 옆으로 지난 2002년 3월에 진하해수탕이 문을 열었다. 하지만 경영난을 못이겨 지난 2014년 폐업하고 만다. 해수탕 폐업 이후 진하 일원 주민들은 대중 목욕탕 없는 시골마을이 돼 버렸다. 마을 사람들은 목욕 대신 집에서 가벼운 샤워로 대신하거나 명절을 앞둔 외딴 시골마을 사람처럼 멀리 남창이나 기장 또는 울산시가지로 '목욕여행'을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여름 피서철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 겨울철 바다여행에 나선 관광객들 역시 사우나가 갖춰진 대중목욕탕 없는 불편함을 겪어야 한다. 서생마을의 A씨는 “젊은이들이야 자동차로 인근 목욕탕을 찾아 가기가 쉽지만 노약자들은 목욕탕이 없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면서 “울산 대표 관광지에 목욕탕 한 곳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불만스러워했다. 기존 대중 목욕탕이 경영난으로 폐업한 이후부터 서생 진하지역민들에게는 목욕탕 신설이 지역의 최대 숙원 사업으로 떠올랐다.


때 마침 지역 주민들에게 이를 해결할 묘책이 생겨났다. 고리1호기 계속운전에 서생지역 주민들이 동의하면서 서생면에 350억 원의 인센티브가 생겼고, 주민합의에 따라 서생면 지역 3개 지역별로 각 70억 원씩 인센티브를 나누기로 한 것이다. 각 구별로 사업 발굴에 대한 논의가 급속도로 이어졌고, 서생 진하해수욕장을 중심으로 한 8개 마을로 구성된 서생 3구 지역은 수년동안 대중 목욕탕이 없어 겪어야 했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해당 지역에 대중 목욕탕을 건립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지역주민의 숙원이 이뤄질 수 있게 됐다는 기쁨도 잠시, 또 다른 논쟁거리가 생겨났다. 대중 목욕탕 건립 장소에 대한 이견이 맞서기 시작한 것이다. 서생 3구 이사 대의원들은 이달 초 목욕탕 건립 방안에 대한 논의와 투표를 통해 16대 11로 기존에 운영하다 폐업한 진하해수탕을 매입, 리모델링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생마을 주민들이 반발하는 현수막을 나붙였다.


노후된 목욕탕 건물을 매입할 이유가 없고, 주민합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주차장 문제나 접근성이 좋은 다른 장소를 물색하자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서생주민협의회 정이석 회장은 “아직 해당지역의 의견이 문서로 접수되지 않은 상태이고 주민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토대로 사업이 추진될 수 있어 조만간 합의된 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우수기자 usj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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