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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천 더위와 잦은 태풍 내습으로 유난히 짜증날 일이 많았던 올 여름, 울산시민들은 대기업의 갑질로 불편을 겪었다. 울산 북구 영화관 복합건물인 '진장 CGV 엔터플렉스'가 주차장 시설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영업을 해오면서 빚어진 일이다. CGV 측은 건물 자체에 법적인 주차장 확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면서 영화를 보러오는 시민들에게 절대적으로 주차장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해 건물 옆에 임시 주차장을 마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주차장이 오히려 영화를 보러오는 시민들을 홀대하는 행위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북구 진장동 120-9번지 일원에서 위치한 진장 CGV 엔터플렉스의 경우 건물 자체에는 185면의 주차장이 설치돼 있다. 7개관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이 건물은 평일 일부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주차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 건물은 주말마다 주차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주말을 맞아 영화를 보러 온 시민들이 건물 내 지하주차장에 주차하기 위해 길게 대기하고 있지만 지하주차장은 아예 만석으로 이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건물 옆 지상에 마련된 임시주차장을 이용해야 하지만 이 주차장은 포장도 안 된 흙바닥에 안전시설조차 만들어 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 운전자들은 주변 도로에 불법 주차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주변 도로에 주차된 차들이 한 차선을 몽땅 점령하고 있어 지나가는 다른 운전자들도 위협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이 건물이 보유하고 있는 주차 면수가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7개관 1,066석의 영화관과 카페, 음식점, 옷 가게 등이 입주해 있는 이 건물이 보유한 주차 면수는 고작 185면에 그쳐 상습적으로 주차난을 겪고 있다. 진장 CGV 엔터플렉스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하주차장 입구 옆에 임시로 주차장을 마련했지만 해당 주차장은 더 가관이다. 주차장의 진·출입로조차 제대로 개설돼 있지 않아 사람이 지나다니는 인도를 차가 지나쳐가야 하는 실정이다. 이 공간은 차량 1대만에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매우 협소해 교통 혼잡도 야기하고 있다. 거기다 주차장 내에는 포장은 고사하고 자갈조차 깔려져 있지 않아 비만 오면 흙탕물과 시름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광복절의 경우 태풍 '크로사'의 영향으로 내린 비로 주차장 바닥은 물웅덩이가 만들어졌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어 주차한 차들은 흙탕물 세례를 받아 엉망진창의 상황을 겪었다. 뿐만 아니라 이 곳을 찾는 시민들은 진흙에 발이 푹푹 빠져 까치발로 걸어다니거나 깊이 고여 있는 물을 피해다니기 일쑤였다.

북구 호계동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비오는 날 이 곳에 주차하면 차는 차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더러워진다"면서 "임시로 마련한 주차장이라고 하더라도 애초에 지하 주차장 면수가 적어 이용하는 건데 최소한의 시설 정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주민 정모(31)씨는 "CGV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안다. 국내 대형 영화관 브랜드가 있는 건물에서 이런 불편함을 겪게 되리라고 생각지도 못했다"면서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지 못하면, 주변에 불법주차를 했으면 했지 이 주차장을 다시 이용하고 싶지 않다"고 언짢아했다.

실제로 이날 주변에는 '인도 위 주차시 범칙금 4만 원입니다'라는 경고문이 있었지만, 해당 주차장의 불편함으로 인도에 차를 세워 놓은 차들도 몇 대 보였다. 이 같은 상황에도 주차장 입구에는 '공유지 사용고지'라는 팻말로 책임을 회피하는 문구가 게재돼 있다. 여기에는 '본 공유지는 방문객께서 자유로이 이용하시는 공간으로 본 건물에서는 주차관리 및 주차요원을 배치하지 않습니다. 그로인한 주차불편 및 차량사고에 대해서는 본 건물에서는 기타 민원 및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결국 영화를 보러온 시민들에게 대기업이 최소한의 주차편의도 제공하지 않은 채 갑질만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해당 건물 관계자는 "법적으로 본 건물이 보유하고 있는 주차 면수는 문제없는 것으로 안다. 또 인근에 200여 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새로 마련했다"면서 "현재 임시 주차장 부지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곳에 자갈을 깔거나 새로 정비하면 철거하는데도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계획하고 있는 바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답변으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시내버스나 대중교통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 영화관을 허가한 당국도 문제다. 기본적인 주차장 확보나 편의시설에 대한 대책 없이 영업을 허가해 놓고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의 울산시민 무시가 도를 넘은 상황에서 관계당국까지 수수방관하면 울산시민들은 어디서 하소연을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당장 책임 있는 조치가 이뤄지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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