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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모기의 입이 돌아간다는 처서다. 24절기의 하나인 처서는 산소를 찾아 벌초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여기서 24절기란 황도(태양이 지나는 길)를 24개로 나누어 구분한 선조들의 계절 구분법이다. 태양의 길인 황도상 위치에 따라 계절적 구분을 하기 위해 만든 것이 24절기로 황도에서 춘분점을 기점으로 15도 간격으로 점을 찍어 총 24개의 구분선을 뒀다. 황도는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돌때 지구의 입장에서 태양의 위치가 하루에 1도씩 바뀌며 생기는 길을 말한다. 바로 그 길에 15도마다 하나의 절기가 있다. 


흔히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할 정도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계절의 엄연한 순행을 드러내는 시기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한다. 예전의 부인들과 선비들은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음지(陰地)에 말리는 음건(陰乾)이나 햇볕에 말리는 일도 이 무렵에 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계절이기에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고 한다. 이 속담처럼 처서의 서늘함 때문에 파리, 모기의 극성도 사라져가고, 귀뚜라미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 등으로 절기의 정체성도 조금씩 달라져 처서 이후에 모기가 오히려 기승을 부리는 이상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달의 움직임으로 계절의 변화를 읽었던 선조들이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한 24절기를 사용한 것은 이유가 있다. 지구의 기후가 태양과 관련이 있고, 달과는 별로 관련이 없기 때문에, 농사를 짓던 옛 사람들은 음력으로 정확한 기후의 변화를 알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달이 아닌 태양을 기준으로 하는 24개의 절기도 만들어 사용했다. 24개의 절기에는 해가 가장 긴 하지나 해가 가장 짧은 동지를 비롯해, 밤낮의 길이가 같은 춘분이나 추분이 들어 있다. 이러한 절기는 기후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농사를 짓는데 요긴하게 사용됐다.  24절기와 함께 우리 선조들은 절기와 날씨, 천지간 변화와 기후를 점치는 이야기를 많이 남겼다. 내친김에 그 중에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 


'지렁이가 땅 밖으로 나오면 비가 온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지렁이는 건조하기 쉬운 피부를 가지고 있어서 비가 오기 전과 같은 습한 날에만 밖으로 나올 수 있다. 그럼 비가 온 다음날 지렁이가 많이 죽어 있는데 그 녀석들은 비가 너무 좋아서 밖으로 나온 걸까? 정 반대다. 지렁이는 피부로 호흡을 하는데 비가 올 때는 땅 속에 물이 가득 차서 피부로 호흡하기가 곤란해진다. 즉, 숨막히니까 땅 밖으로 나왔다가 못 들어가고 죽는다. 개구리가 울면 비가 온다는 속담도 있다. 이 말은 개구리의 피부도 지렁이의 피부와 같이 습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그렇다. 개미가 진을 치면 비가 온다는 속담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개미는 민감한 감각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가 올 것을 예감하고 미리 풀숲으로 이동한다. 따라서 습한 날에는 개미가 한 줄로 열심히 다니는데 이것은 알을 보호해 물이 스미지 않는 보금자리로 옮겨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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