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5월부터 계속된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 법적 논란이 일단락 됐다. 서울중앙지법은 현대중공업 노조가 제기한 법인분할 임시 주총 결의효력 정지 등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노조는 올해 5월 31일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남구 울산대 체육관으로 장소를 바꿔 열린 주총이 주주들에게 변경 사실이 충분히 고지되지 않았고, 주주들이 변경 장소로 이동할 시간적, 물리적 여유가 없어 무효라고 주장하며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노조 점거와 봉쇄로 당초 주총장이던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주총이 열리기 힘들었던 점과 회사 측이 변경 사실을 충분히 고지했으며 이동 수단을 제공한 사실을 인정해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또 노조 측이 주주 입장을 막아놓고 주주들이 참석권과 의결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관련 현대중공업은 "법인분할(물적분할) 주주총회 법적 논란이 일단락됐다"며 "소모적인 논쟁을 접고 노사가 성공적인 기업결합 마무리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는 이날 사내소식지를 내고 "서울중앙지법이 대우조선해양 기업 결합을 위한 임시 주총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회사는 "법원은 절차상 하자와 분할 계획 불공정 등을 이유로 노조가 제기한 주총 효력 정지 가처분을 모두 기각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경쟁사들이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모적인 대립으로 지체할 시간이 없다"며 "최근 중국 1위 해운사와 일본 3대 해운사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과 관련한 업무협약을 맺어 자국 LNG선 발주에서 한국을 배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는 "원가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최대 민영 조선소와 기술력을 자랑하는 일본 특수선 업체 합작사도 출범을 앞두고 있다"며 "국내 경쟁사도 독일, 스위스 업체와 기술 개발 협력을 강화하는 등 스마트십 기술 선도를 위해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고 덧붙였다. 회사는 또 "노조는 금속노조 총파업에 동참했고 28일 상경 투쟁도 계획하고 있다"며 "미·중 무역 분쟁과 일본 수출 규제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지금 무엇이 미래를 위한 길인지 냉정하게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울산은 위기 상황이다.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울산지역 기업들의 실적쇼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정유화학 조선 등 대부분 기업들이 매출부진과 영업이익 증발 등에 신음하면서 제조업 몰락의 위기감을 키우고있다. 여기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 배제 조치가 조만간 현실화될 경우 상장사들의 타격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따르면 정유·화학업계는 적자전환하거나 영업이익이 반토막난 실적을 내놓았다. 정유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은 올해 2분기 연결 영업이익이 4,976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1.6% 감소했다. 매출액은 13조 1,036억 원으로 2.5%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1,689억 원으로 67.0% 줄었다. 특히 S-OIL은 올해 2분기 연결 영업손실이 905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그나마 자동차가 선전하고 있고 조선업의 경우도 앞으로 수주 실적 회복 등의 조짐이 보여 경기 회복의 기대감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 상황이다. 이 마당에 이번에 물적분할에 대한 법적 갈등이 일단락 된 것은 의미가 있다. 법원의 판단으로 불법성 여부가 가려지게 된 만큼 이제 현대중공업 노사는 분할을 둘러싼 소모적인 대립에서 벗어나 그동안의 갈등을 봉합하는데 적극 나서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조가 더 이상의 파업을 자제하고 회사와 대화에 나서는 것이 우선이다. 회사는 분할 전에 이미 단체협약 승계와 고용 안정을 약속하며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고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노조가 강경 일변도의 투쟁에 몰두하면서 지난 5월 이후 지금까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채 노사관계가 정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많이 늦었지만 분할의 정당성은 법원의 판단으로 일단락 된 만큼 이제라도 현대중공업 노사가 대화를 통해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길 기대한다. 아무리 생각이 달라도 노와 사는 결국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몸이다.

하지만 최근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오는 28일 '조선업 구조조정 저지 상경 투쟁'을 벌이는 현대중공업 노조를 지원하기 위한 연대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여러가지 상황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노조의 목소리는 딴 세상이다. 이런 식으로는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 무엇이 국가를 위하고 지역을 위하는 일인지 성찰해야 할 시간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노사가 지나간 일보다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