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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릴 때에는 감나무 한그루 정도는 어느 집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였지요. 저 역시도 어릴 때 할아버지 집에 가면 마당 한편에 우뚝 서 있는 믿음직스러운 감나무를 두 그루나 볼 수 있었어요. 그 무서운 추위 속에서도 연초록빛 잎들을 어떻게 감추고 있었는지 봄이 되면 파릇파릇 꺼내는 것을 보고 어린 나이에도 새 학년에 대한 희망을 다시 꿈꾸는 나만의 봄을 그려보았지요. 이른 새벽이 아니면 들을 수 없고 볼 수 없는 노란 감꽃 떨어지는 소리는 톡톡 예쁘기도 합니다. 감꽃 목걸이, 감꽃 반지 요즘 아이들이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 그 많던 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가지가 휘어지게 열린 감을

다 딴 다음 날 아침

집 앞으로 지나가던

1학년 아이

빈 가지만 있는

감나무 보고

깜짝

"어머!

그 많던 감들이

다 어디로 갔지?"

누군가의 배 속에서

감 하나

감 둘

놀고 있겠지

 

아동문학가 박해경
아동문학가 박해경

감이 빨갛게 익으면 감나무는 흩어져 살던 삼촌, 고모들을 모이게 합니다. 감나무에 매달려 감 따기를 하면 그 모습을 바라보며 뿌듯하게 웃으시던 할아버지 얼굴이 떠오릅니다.
가지가 휘어지도록 달고 있던 그 많던 감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삼촌집, 고모집, 우리 집으로 함께 따라왔을 거예요.
감들을 떠나보낸 감나무는 겨울에 눈이 내리면 소복하게 눈을 받쳐주고 아프게 부는 겨울바람 쉬어가게 하지요. 가지 끝에 몇 개 남은 까치밥들은 까치에게는 소중한 양식이 되지요. 해마다 까치들을 위해 감들을 남겨주는 할아버지 마음이 느껴져 왠지 따뜻한 온기가 느껴집니다.
감나무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떠난 뒤에도 그 집에서 오랫동안 사계절을 알리며 지키고 있었지요. 흩어져있던 가족들을 불러 모이게 하면서요.
박예자 시인님의 '그 많던 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를 감상하면서 겨울방학 때 할아버지 집에 가면 할머니가 주름진 손으로 쓱쓱 닦아서 내어주시던 달달한 감홍시가 먹고 싶어졌어요.
 아동문학가 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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