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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울산역은 울산의 관문이다. 고속버스와 비행기 등이 울산의 교통편을 다양하게 만들어 주고 있지만 수송분담률이나 상징성을 따져보면 단연 울산역이 울산의 관문으로 손색이 없다. 문제는 지금 현재 울산역 주변의 상황이다. 거대한 주차장으로 형성된 울산역 주변과 경관에 대한 고민이 없는 환경, 정비되지 않은 시설과 무질서의 현장은 울산관문이라고 말하기 낯부끄러울 정도로 엉망이다.

울산을 처음 찾는 이들이 울산역사 출구를 나와 가장 먼저 만나는 보도블록은 여기저기 파손된 채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도 드문드문 깨진 채 방치돼 있다. 발바닥의 감각으로 방향을 가늠해야 할 장애인들에게는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사 정면에 자리잡은 울산관광안내도 역시 글자가 떨어져 나갔다. 흰색의 아크릴판 글자 일부는 사라지고 접착제 흔적만 남았다. 관광부흥에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울산광역시의 관광 열기를 무색케 한다. 

주차장으로 향하는 도로가 옆에 10여m 간격으로 나란히 설치된 2개의 무인요금계산기는 시간이 멈춰선지 오래다. 가동을 멈춘 지가 언제부터인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거무튀튀한 먼지와 얼룩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비닐 테이프가 지폐나 동전을 투입하지 못하도록 여기저기 덕지덕지 붙었다. 그나마 혹시나 있을지 모를 이용자에 대해 친절을 베푼 흔적이다. 그 옆으로 불그스름한 보도블록은 땅 꺼짐 현상으로 쑥 내려앉았다.

역사 오른편으로 고속철도 조성 과정에서 발굴된 문화재를 한곳에 모아 '경부고속철도 울산역사증용지 내 유적'이라는 이름으로 조성된 야외 전시장 역시 관리의 손길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투명 아크릴 통 안에 전시된 유적들은 뿌연 물방울이 끼면서 내용물이 보이지 않은 상황이다. 실내외 온도 변화에 따른 문제점 등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탓이다. 원시인들이 거주지를 재현한 움막은 작은 비바람에라도 주저앉을 만큼 낡고 삭았다. 움막 입구를 막아 놓은 목재 구조물은 삭아서 움막 안쪽으로 주저앉아 버렸다. 

역사 뒤편 주차장으로 향하는 도로 입구 통제구역 차단봉 모습에선 말문이 막힌다. 차단봉 높이를 맞추기 위해 생뚱맞게 화분 위에 포개서 올려놓았다. 역사 왼편 또 다른 주차장으로 향하는 인도 양쪽은 청소 환경미화 포기지역인 듯 쓰레기와 잡풀로 뒤범벅이다. 머리까지 자란 잡풀에 배전판은 가려졌고, 인도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인도 변 여기저기마다 눈길을 피해 쑤셔 박은 폐현수막에 쓰레기들, 겨울철 제설함 위로는 옆구리 터진 모래주머니들이 볼썽사납다. 역사 주변 조경수를 지탱하기 위해 삼각형으로 세워놓은 버팀목들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뽑힌 채 제멋대로다. 이런 상태에서 울산의 관문역이 울산역이라 말할 수 있는지 딱하기만 하다. 

도시마다 자신만이 가진 특성으로 도시환경을 꾸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그 도시의 첫인상이 되는 고속도로, 국도변, 공항, 역, 터미널 등의 관문을 꾸미기 위해서 많은 도시들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잘 꾸민 도시의 관문은 자신들만이 갖고 있는 특징을 방문객들에게 그대로 전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와 관련 울산발전연구원 도시환경실은 울산의 관문지역 경관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울발연은 "역, 터미널, 공항, 항만, 도로 접경지역 등 울산의 관문은 산업수도와 생태산업도시의 브랜드나 이미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KTX울산역에는 고래 상징물이 있으나 가시성이 부족하고 태화강역, 울산공항, 장생포항, 도로 접경지역 등에는 울산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기능이 없거나 있더라도 효과가 미미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울산 서부권 관문의 경우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조차 울산의 특색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고 나머지 관문들도 특색 없는 간판으로 울산을 알리고 있다. 울산의 서부권은 한창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역이다. KTX울산역을 기점으로 언양과 범서, 무거동으로 연결되는 서부권은 앞으로 울산의 잠재성장을 견인하는 새로운 도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바로 이곳이 울산의 관문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도시의 관문은 그 도시의 이미지와 직결된다. 비주얼에 투자해서 이미지 효과를 얻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제대로 된 울산의 이미지를 울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알리자는 이야기다. 

울발연은 "KTX울산역과 태화강역에는 광장 이용도를 제고하고 고속도로나 국도 등 도로 접경지역에 녹지공간을 조성하며, 장생포항은 쾌적성을 확보하면서 수변공간을 개발해야 한다"며 친환경 생태도시 울산의 이미지 제고를 주장하고 있다. 산업수도이자 생태복원의 모범사례인 울산이 지향해야 할 관문 경관이란 생각이 든다. 관문경관에 대한 투자는 울산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울산사람들의 자부심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잘못된 부분은 즉시 고치고 정비해야 할 부분은 먼 안목을 가지고 바꿔나가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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