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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학생들의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3년째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무엇보다 피해학생의 나이가 낮아지고 언어폭력, 집단따돌림, 사이버 폭력 등 정서적 폭력이 늘어난 것은 심각한 사안이다. 

울산시교육청은 울산지역 초·중·고등학생 9만8,7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참여율은 조사 대상자 중 9만4,283명이 설문에 참여하면서 95.5%를 기록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울산의 피해응답률은 2019년 1.5%로 전년보다 0.5% 올랐다. 울산지역 학생들의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은 2015년 0.8%, 2016년 0.78%, 2017년 0.8%, 2018년 1.0%로 3년 연속 증가했다. 울산시교육청은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단순·경미한 폭력사안도 모두 신고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등 학교폭력에 대한 학생들의 대처역량이 강화되어 피해응답률이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급 별로는 초등학교 3.6%, 중학교 0.5%, 고등학교 0.2%로 학년이 낮을수록 피해 경험이 월등히 높았다. 

피해유형별로 차지하는 비중은 언어폭력(54.3%)이 가장 높았다. 이후 집단따돌림(37.8%), 사이버폭력(12.7%) 등의 순이었다. 이 밖에 신체폭력(12.8%), 스토킹(11.2%), 금품갈취(9.6%), 강요(8.1%), 성폭력(6.8%) 순으로 분석됐다. 신체폭행이나 성폭행 등 물리적 폭력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반면, 언어폭력이나 집단따돌림 등 정서적 피해가 늘어난 것이다.

물론 피해 응답률만 가지고 학교폭력이 '심해졌다', '줄었다'를 논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폭력에 민감해지면서 '피해 응답률'은 높아진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과거 같으면 학교폭력으로 판단하지 않았을 행동도 학교폭력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가해자 학생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신은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했다고 해도 피해를 당한 사람은 장난이 아니라고 느끼면 모두 폭력이 된다. 또 때리거나 치고 지나가거나 미는 행동, 발로 차고 침을 뱉는 행동, 돈이나 물건을 빼앗고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는 행동, 욕을 하거나 하기 싫은 일을 시키는 행동, 약점을 잡아 놀리거나 괴롭히는 행동, 일부러 무시하거나 나쁜 말을 퍼뜨리는 행동, 급식을 혼자 먹게 하거나 모든 활동에서 따돌리는 행동 등을 모두 학교 폭력으로 간주하고 있다. 

문제는 학교 폭력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냐는 데 있다. 울산시교육청은 이 문제와 관련 토론회도 갖고 다양한 대책도 쏟아냈다. 구체적으로 연극테라피 등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공감 능력 향상을 위한 예방 교육, 학급자치 및 평화로운 학급 공동체 운영 확대를 통해 학생 자치 중심의 예방 문화 조성, 비폭력 대화를 통해 관계회복을 추진하는 회복적 생활교육 실시, 교육과정과 연계한 학교폭력 예방 어울림 프로그램 운영, 성폭력 예방을 위한 성 인지 감수성 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 스스로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비민주적 관계를 불식시켜야 한다. 또 전문 상담교사를 배치하는 등 학생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 학교폭력을 소홀히 하면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한다. 학교폭력은 학교사회 자체에 보이지 않게 엄청난 영향을 준다. 무엇보다 집단 괴롭힘 같은 경우는 숨길수록 일파만파로 문제가 커지는 파괴력도 가지고 있다.

실제로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은 자신을 가장 힘들게 괴롭힌 학교폭력 유형으로 집단따돌림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다는 무관심을 가장 큰 상처의 원인으로 꼽은 것이다. 하지만 학교폭력을 지켜본 학생 대부분은 같이 피해를 당할까 봐 두려워하고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방관자이자 공범이 되어버린 아이들의 상처 또한 피해학생 못지않다. 학대상황에 대응하는 훈련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의 걱정은 성인과 비교할 수 없다. 학교폭력을 지켜보기만 했던 아이들도 사실 학교폭력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인 것이다. 이 때문에 학교폭력 문제를 다룰 때 발생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재발 위험을 줄이고 재발 요인을 제거해 나가는 노력은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가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학교와 가정에서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학교 교육에서 우선해야 할 분야는 인성교육이 으뜸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 부분은 학교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학교폭력의 문제는 학교와 가정, 그리고 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계해서 해결책을 찾아 나가야 효과가 있다. 학교폭력 자체가 사회문제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서 학교폭력을 줄여나가는 출발점이 된다는 생각으로 학교폭력 문제의 해결에 접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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