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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했던 6·25 전쟁이 발발한지 올해로 69년이 됐다. 당시 한국전쟁의 현장을 생생하게 경험했던 참전용사들은 이제 대부분 고령이거나 이미 고인이 된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들이 겪은 전쟁의 쓰라린 기억은 평생 지워지지 않고 후대로 길이길이 전해지리라 믿는다. 목숨을 걸고 지킨 조국에 대한 사랑과 애국심은 나라를 지탱하는 큰 축이자 근본적인 성장 동력이 아닌가.


그럼에도 요즘 한반도 안보상황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불안에 잠을 설치기 일쑤다. 북한은 계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있고  '지소미아(GSOMIA,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와 관련된 논란 기사가 연일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그동안 유지해온 한·미·일 협력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 군사·외교의 핵심축인 한·미 동맹마저 금이 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아무리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관계정립이 요구된다 하더라도 감정적 대결 구도는 우리의 안보를 위협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 염려되는 것은 가뜩이나 풍요로움에 익숙해진 우리 후세들이 6·25 전쟁의 참혹성을 아예 잊고 살지는 않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점이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요즘 젊은이들은 6·25 전쟁에 대한 역사인식은 턱없이 부족하고 자유와 평화에 대한 개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참으로 서글픈 현실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호국영웅들의 희생정신과 애국심으로 지켜져 왔다. 따라서 후손들의 극진한 예우와 보살핌은 부강한 국가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된다는 점을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지난 2013년 7월 27일 유엔군 참전·정전 6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처에서 국내 생존 6·25전쟁 참전 용사 전원(17만 9000명)에게 '호국영웅기장'을 수여했다. 그해 12월 4일에는 울산시에서 전수식이 거행됐는데 당시에 남구에서는 272명이 영예로운 기장을 받았다고 한다. 이 후 2015년 2월 7일 6·25전쟁에 참전해 대한민국 수호에 헌신했던 재일학도의용군에게도 호국영웅기장을 수여한 바 있으며, 2013년 7월 이후 발굴 등록 참전유공자와 국외 거주 6·25참전유공자에 대한 호국영웅기장 수여는 지난 2016년에 이뤄졌다. 기장은 훈장이나 포장과는 달리 특정한 사건과 업적, 특정한 날을 기념해 수여하는 기념장이다. 목숨을 걸고 조국을 수호한 6·25참전유공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해마다 기념식을 여는 이유도 이들의 희생정신과 공헌을 함께 기리자는 취지다.


울산시 남구는 지난 달 30일 6·25 참전유공자회 남구지회 주최로 호국영웅 기장수여 기념행사를 열었다. 필자도 운 좋게 참석할 기회를 가졌다. 기장을 직접 수여하는 행사는 없었지만 기념식을 통해 호국영웅들의 희생과 숭고한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는 시간을 가지니 한편으로 마음이 든든했다. 그래서 그런지 식장은 엄숙한 분위기 보다는 화합과 결속을 다지는 축하의 장 같았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참가한 참전용사들은 하나같이 밝은 모습이었다. '지금의 행복한 삶이 나라와 민족의 부름 앞에 목숨을 초개와 같이 던진 호국영령의 거룩한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내빈들의 인사말에는 큰 자부심을 느끼는 듯했다.


특히 '호국영웅들의 희생을 결코 헛되지 않게 하고 후손들에게도 투철한 국가관을 고취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다짐에는 필자도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시대가 변한다고 해도 조국을 위해 피 흘린 고귀한 희생정신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는 어떤 식으로든 훼손되거나 평가절하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최선의 방책은 국가안보를 더욱 굳건히 다지는 것임을 삼척동자도 안다. 이 땅의 평화를 지키고 우리의 조국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만이 목숨 바쳐 지킨 그들에 대한 보답이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가 호국영웅들의 헌신이 헛되거나 잃어버린 애국이 되지 않게 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의 고귀하고 숭고한 희생에 감사한 마음으로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참전유공자들을 더욱 존중하고 예우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필자는 이번 기념행사가 이러한 결의와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믿는다. 지난날 동족상잔의 6·25전쟁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임을 깨달으면서 숙연한 발걸음으로 식장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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