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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울산시교육청은 우리의 교육정보화 경험을 부탄 교육부와 공유하기 위하여 그 나라의 수도 팀푸를 다녀왔다. 교육감을 단장으로 한 방문단 일행과 함께 부탄행 비행기에 올랐을 때 여러 생각들이 교차했다. “지구상에 수많은 국가 중에서 국민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인 '부탄'를 방문한다. 모든 인간은 행복을 추구한다. 가난한 나라의 행복은 어떤 모습일까. 느림의 미학을 존중하는 이 나라에 빠름의 편리함을 제공하려는 우리의 생각이 부끄럽지 않을까. 부탄 학생들의 눈빛은 행복해 보일까. 대한민국의 교사로 평생을 살면서 우리의 학생들에게 행복을 가르쳐 주었는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긴 비행시간을 끝내고 부탄의 유일한 국제공항 파로(Paro)에 내렸다. 시간을 거슬러 과거의 어느 시점에 도착한 걸까. 공항은 시골의 간이역에 내린 것처럼 한산하다. 먼저 부탄 하늘을 쳐다보니 푸르고 깨끗하다. 골이 깊으니 산은 높고 산마루에 걸린 흰 구름마저 한가하다. 무한경쟁으로 앞만 보고 살아왔던 내 모습과 대비됐다. 교사라는 직업으로 살아온 필자는 수많은 제자들에게 삶의 궁극적인 가치인 행복에 대한 개념도 모르면서 각박한 삶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반추됐다. 우리는 부탄 교육부와 행복위원회를 방문해 양해각서 체결 등 빡빡한 공식일정을 소화하면서 부탄의 초·중·등학교의 정보화 교육환경을 살폈고, 학생들을 만나 그들의 수업하는 모습과 표정을 둘러봤다.


내가 만난 학교시설은 기억의 저편에 잠자던 어릴 적 교실이 연상됐고 컴퓨터실에는 우리가 80년대에 사용하던 CRT 모니터가 책상위에 놓여 있기도 했다. 그래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무구한 눈빛의 소유자였다. 영어수업을 받던 어떤 초등학생은 몽당연필을 잡고 부끄러운 듯이 외부인에게 인사를 건네는데 그 따뜻한 눈빛은 나를 씻겨내고, 잊고 지내던 동심을 느끼게 했다. 쉬는 시간을 이용해 삼삼오오 그늘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 학생들을 볼 때, 유년의 추억이 떠올랐다.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과 오래된 합판으로 만든 책상에 낡은 교구들이 정겹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부세계를 경험하지 않는 순박함과 물질에 대해 욕심을 부리지 않는 천성 때문 아닐까. 


부탄은 물질보다 정신을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물질에 집중하면 비교와 후회라는 부작용을 낳는다. 그들은 일에 치여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는 정신적 여유를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예를 들면, 부탄에서는 '첫 눈이 내리는 날'은 모든 관공서의 임시휴일이 된다. 얼마나 낭만적인가. 첫눈은 부탄에서 행운의 상징으로 축제를 즐긴다. 부탄에서는 현관문을 열었을 때 눈사람이 있으면, 그것을 갖다 놓은 사람에게 한 턱 내야 하는 풍습이 있다. 행운을 부르는 눈이 내리는데 늦잠을 잔 벌이다. 눈이 내리면 부탄 사람들의 마음은 어린아이처럼 들뜬다. 또 국민들은 무상으로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특별한 사교육 없이 누구나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다. 아이들은 학교 가는 것을 즐거움으로 여기고 왕따나 경쟁으로 인한 우울증은 없다.


물론 부탄에도 빈부격차는 있다. 하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고 국가에서는 그 간격을 좁히려고 노력한다. 절대빈곤층이 없으며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내버려두지 않는 관습이 있다. 그래서 거리에는 노숙자가 없고 나라에는 고아가 없다. 부양할 사람이 없으면 친척이 맡는 관습이 있고, 그마저도 안 되는 경우는 마을에서 보살피는 공동체 문화가 있다.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돌봐주는 문화가 행복 바이러스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평소, 부탄은 경제적 후진국이며 가난하지만 불교를 믿으며 그저 행복한 나라로만 생각했다. 이번에 울산시교육청 차원에서 교육정보화 지원 업무 협약 체결로 방문하면서 깨달은 '부탄 학생들이 행복한 이유'는 바로 이것 덕분이었다. 자연을 사랑하고 삶을 풍요롭게 가꾸는 교육,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만큼 수용하는 교육, 성적 경쟁이 없는 교육, 배움을 통해 평생 사랑을 실천하는 교육 등이 부탄 교육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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