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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가 사흘 앞이다. 고향집 노모는 자식에게 먹이고 들려보낼 먹거리 채비에 발걸음이 분주할 때다. 자식들은 형편이 좋든, 그렇지 않든 선물 보따리 하나씩 챙겨 그동안 살기 바빠 미뤄왔던 효도 할 생각에 흐뭇한 기다림이 시작되는 때다. 그런데 올해는 부모도 자식도 마음이 무겁다. 좋은날 앞두고 신명이 나지 않으니 되려 미안함과 씁쓸함만 커진다. 유독 팍팍해진 살림과 얄팍해진 지갑 때문만은 아니다. 그거야 사는 동안 한시도 떠나지 않았던 문제였으니.


그간에야 견디면 간간이 숨통 좀 트이는 날도 있어왔다. 늘 짓눌리면서도 그래도 좋은날 만은 함께 모여 웃을 수 있었던건 이런 '희망' 덕이었다. 끝모를 경기 악화는 자영업자, 직장인 할 것 없이 모든 이들의 기대를 앗아갔다. 지역 주력산업인 제조업의 경우  취업자가 39개월째 감소했다. 이 바람에 제조업은 종사자 숫자는 18만명 선이 붕괴됐다.


제조업 구조조정 등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임금근로자들은 줄어들고 대신 비임금 근로자들이 늘어나면서 소득지표도 악화되고 있다. 비임금 근로자의 상당수는 자영업자들로, 일자리를 실업자들과 취업에 장기간 실패해온 이른바 '취준생'들이 '울며겨자먹기'로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이 취업자 통계에 포함되면서 언뜻 보기엔 실업률이 내려간 듯 '착시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빚으로 버티던 자영업자들도 결국 아래윗집으로 연달아 문을 닫아거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기업에서도 두둑하던 '추석 보너스' 봉투는 아득한 일이 돼버렸다. 지역 중소기업 중 절반 이상이 추석 자금 마련에 어려움이 크다며 아우성이다. 어느때 보다 넉넉하고 풍요한 음력 8월의 한가운데를 걷고 있는 울산은 지금 고행(苦行) 중이다. 시민들은 당장 크게 좋아지길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오늘이 바닥이길 바랄 뿐이다. 반갑게도 이번 추석날 저녁 보름달 소식이 있다. 부디 달이 높이곰 돋아샤, 가장 아프고 어두운 곳까지 고루 비치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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