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사흘 앞둔 10일 5일장이 열린 중구 태화종합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과일 등 제수용품을 구입하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사흘 앞둔 10일 5일장이 열린 중구 태화종합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과일 등 제수용품을 구입하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

아무리 가난한 벽촌의 집안에서도 쌀로 술을 빚고 닭을 잡는다는 한가위다. 그래서 생긴 말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고 했던가. 태화시장에 들어서니 이 말이 딱 제격이다.

아직도 5일장을 이어가는 태화시장은 지난 2016년 태풍 차바 때 물난리로 시장 전체가 침수된 아픔을 가지고 있다. 올여름 태풍이 지날 때도 많은 시민들은 유독 태화시장을 걱정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추석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열린 태화시장 오일장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제수용품을 사러 나온 시민들의 발길이 하루종일 이어진 덕분에 오랜만에 시장 분위기가 정이 넘쳤다.

시장에 진입하는 데만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평소 이 곳을 지날 때는 제법 여유가 있었는데, 명절을 맞아 북새통을 이뤄 사람도 물건도 풍성했다.
취재하는 본연의 임무도 잊고 잠시 상인들이 판매하는 물건을 천천히 둘러보고 싶었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치여 느긋한 쇼핑이 불가능했다.
태화시장 안쪽으로 접어들면 양쪽으로 상인들이 물건을 펼쳐놓고 호객을 한다. 시장 입구부터 붐비는 인파 사이로 제철 과일인 포도를 비롯해 사과, 배, 수박, 귤 등 명절 차례상에 올라가는 과일들이 더러 보인다.

어르신들은 먹음직스럽게 진열된 떡과 유과 앞에서 진열대를 들여다보고 있다. 길목에서부터 사람들은 서서 "사과 얼마예요""떡 방금 나왔어요"하며 흥정하기 바쁘다.
일렬로 줄지은 대열을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레 걸음이 느려진다. 느리게 갈 수 밖에 없는 걸음은 시장의 매력이다.
장을 보러 오면서 미리 리스트를 써오는 사람도 있지만 아닌 사람들도 더러 있다. 그런 이들도 시장에 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명태포 사세요, 명태포. 한 개 무조건 삼천원이에요. "
시장 어귀에서 밤을 파는 A씨는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마트에 가서 장사가 잘 안됩니다."라며 해가 거듭할수록 장사가 잘 안되는 현실을 걱정했다.
시장이 잘되려면 젊은 세대가 많이 이용해야 하는데 젊은 세대들은 시원하고 편한 마트만 찾는다는 게 A씨의 생각이다.

전통시장에 젊은 층의 유입을 기대하는 상인들은 많다.
이곳 태화시장에서 20년 넘게 장사하고 있다는 정육점 B씨도 비슷한 말을 한다.
"젊은 층을 겨냥해 온누리패스 간편결제가 들어온 적 있다. 하지만 시장을 이용하는 손님들 대다수가 어르신들이고 그분들은 모바일 결제에 문외한이다. 그런 시스템이 들어온다고 젊은 사람들이 갑자기 시장에 유입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태화시장에서 20년째 식육점을 하고 있는 C씨의 생각도 비슷하다. C씨는 "젊은 사람이 이용을 해줘야죠, 무슨 페이 같은 게 있어도 젊은 사람들이나 사용을 하지, 어르신들을 폰도 쓸 줄 모르니까 안 써요"라며 최근의 울산페이 등 시장살리기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불평을 했다.
C씨는 태화 시장의 지난 2016년에 발생한 태풍 차바 참사도 이겨낸 상인이다. C씨는 그 해 1월에 냉장고를 샀었는데 물에 다 잠겨 결국 다시 해야 했던 일을 지금은 담담하게 회상했다.

알록달록 전통과자를 파는 한 상인은 "이런 건 원래 먹어보고 고르는 거 아닙니까"라며 과자를 건네준다. 이게 바로 시장 인심이다 싶었다.
추석을 맞아 방문한 전통시장에는 다양한 식재료뿐만 아니라 따뜻한 정 또한 넘쳐났다. 그러나 시장 상인들이 체감하는 부분은 달랐다. 상인들은 젊은 층의 기피 등으로 전통시장이 점점 하락세를 걷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래도 명절이 코앞에 다가온 시장은 흥이 넘친다. 태화시장 주변 도로에는 시장을 방문하는 차량과 나오는 차량, 도로 위에 상품을 내놓은 상인들이 서로 엉키고 설켜 혼잡을 이뤘다. 시장 내부도 물건을 납품하는 오토바이와 길을 가득 메운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명절기분이 나는 하루라서 신이 난다"는 한 상인은 "몸이 힘들어도 매일 매일이 오늘 같았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과자 한 웅큼 더 쥐어주던 상인들, 산지직송 밤을 자랑하는 상인들도 웃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의 웃음이 이번 한가위 후에도 늘 변하지 않고 계속되길 희망해 본다. 수습기자 김가람·이희정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