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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다는 것은

김태숙

햇살이 바스러져
허허로운 날엔
누군가의 의미가 되어
떠나고 싶다

그 길 위에서 만난
모든 것을 사랑하다
기약 없이 이별할 때
하염없이 네게로 가고 싶다

생은 어쩌면 장엄한 침묵
눈감고 가슴 열고
내 환영을 바라보는 풍경

허상에 집착하지 않고
진실이란 믿음으로 돌아와
말갛게 씻긴 은사시나무로
서 있고 싶은 것

때론,
떠난다는 것은
비우다 이별하다 새겨진
삶의 주름진 문양
푸른 핏줄로 녹여 지워질 때
쓸쓸한 우리로 추억하는 것이다

△김태숙: 충북 괴산 출생. 2018년 문학 세계 시등단, 시와달빛문학작가협회 정회원, 한국문인협회 계룡지부 정회원, 대전문인회 정회원, 문학시대 회원. 공저 '푸르름 한 올 그리다' '눈물만큼 작은 하늘'.
 

박진한 시인
박진한 시인

한 시인이 주신 최근 작품 모음집에서 아주 단순하면서도 가을에 읽을 시 한 편을 발견했다. 첫 연에서 시간적, 공간적, 심리적 배경이 다 들어 있어서 별것 아니면서 별것이 된 가을 시를 소개한다. 시인과는 일면식도 없지만 시인들의 고리로 연결된다. 시인의 시 몇 편을 읽어보면 시간적, 심리적인 곳에서 모티브를 읽어내는 시인 같다.
시는 가벼운 것을 무겁게 하고, 무거운 것을 가볍게 하는 이상한 법칙이 비교적 잘된 시(詩)다. 시는 편안하고 행복하면 잘되지 않는 네거티브 형이다. 시는 누워서 하면 더 안 되고, 앉아서 등을 붙이고 하는 것 보다, 서서 하는 것이 좋다. 그 의미는 밖에서 많이 돌아다니다 보면 새로운 느낌이 와 닿고 그것들을 가공하면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미련한 생각인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오늘 소개하는 시는 리얼리티는 없지만 가공된 현실에 시간적, 심리적 묘사가 잘 된 것 같아 소개한다. '우린 가끔 인간이기에 떠나고 싶다'란 문장을 던진다. 인간이기에 기억하는 것이 너무 많고 잃어버린 것들이 너무 많다. 차라리 담을 그릇이 너무 적어서 머리 아닌 심장에다 담는다. 2연에서 "그 길 위에서 만난 모든 것…" 평범한 현대인들의 도시적 혼란의 엄습함이 느껴진다. 이어서 4, 5연에서는 어느새 현실에서 미래로 건너가는 우직한 소가 되어 되새김하는 추억은, 현실을 붉게 물들이는 계절엔 누구나 한 번쯤은 드론이 돼 높은 하늘에서 과거와 현실을 내려다보며 둥둥 떠 있고 싶은 마음이 "떠난다는 것은" 시의 매력이 아닐까. 박진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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