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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씀을 남기셨고,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역사의 중요성을 남기셨다. 특히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니 만큼 일제강점기 울산의 모습과 이후 공업도시로 현재까지 이르는 울산의 역사를 알고자 살피던 중 '울산학'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 이번 지면을 통해 울산시의 노력을 촉구하고자 한다.


울산학은 울산의 지역학이다. 각 지역이 발전·성장해 온 역사적 과정을 이해하고 공유해 후손들에게 전승하는 것은 물론, 지역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지역민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스스로 가치화하는 과정이다. 그 지역의 독특한 역사·문화·생태·민속·교육 등을 포괄하는 분야다. 아울러 지역학은 이제 단순히 지역적인 역사와 학문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미래 발전을 담보하는 자양분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현재,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지역학 열풍이 불고 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이미 20여년 전부터 서울역사박물관, 서울기록원을 설립해서 이른바 '서울학'의 독자적 영역을 구축해 왔다.
이에 반해 우리 울산은 지난 2006년 울산발전연구원 산하 울산학연구센터를 개소했지만, 규모도 작고 독립적인 예산도 없고, 인력마저 부실해 유명무실한 상태다. 울산학 연구의 질적 도약을 위해서는 기초를 단단하게 다지는 일이 필요하다. 역사를 연구하는 일은 자료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러므로 울산학 연구의 기초가 되는 자료의 발굴·조사·수집·정리 작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또한 지속해서 연구를 진행해나가기 위해서는 전문 연구 인력의 양성도 필요하다. 하지만 울산의 방대한 자료를 조사·수집하고 연구하기에는 현재의 울산학 연구센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역사는 계속 흘러간다. 굳이 삼국시대까지를 거슬러 올라가지 않고 당장 현대사만 하더라도, 울산공업센터 지정과 더불어 시작된 울산시의 역사는 57년, 광역시 승격 22년을 맞이하는 현재, 울산은 어느 때보다 심각한 경제위기로 인해 인구가 줄고 침체에 빠져들면서 울산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받고 있다. 21세기 새로운 도시 발전의 패러다임은 경제, 즉 돈에 의해서만 좌우되지 않는다. 이미 우리 모두는 체감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물적 분할을 보면서, 자동차와 화학산업의 등락을 보면서, 소위 3대 산업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울산학은 이러한 지역적 위기감을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미래 자양분으로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이미 지역학은 그 가치와 역할적인 측면에서 지자체가 지역 주민과 함께 현안을 풀어가는 그 기초로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할 때, 울산학에 대한 연구 발전은 울산의 역사와 울산의 정체성으로 무장된 울산 시민들의 자부심과 정주의식과 함께 울산 발전의 강력한 토대를 구축하는 일이기도 하다. 울산학은 울산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한 울산의 인문학적 스토리텔링을 풍부하게 할 뿐 아니라, 울산 시민들이 중심이 되어 울산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인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러한 울산의 정체성과 창의성이 바탕이 된 차별화된 문화 콘텐츠는 문화산업으로 이어지고, 이는 또다시 지역과 국가를 넘어 세계화까지 이를 수 있다. 현재, 울산시는 당장 반구대암각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고, 울산의 태화강은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고 해서, 국가정원이 됐다고 해서 책임을 완수한 것이 아니라, 그 이후가 바로 우리의 책임인 것이다. 울산학은 바로 그 이후에 있어서 우리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하는 울산의 학문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유명무실한 울산학연구센터를 실질적인 연구기관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나아가 독립적인 울산학 연구기관 설립을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도적으로 울산학을 지원하는 방안을 시급히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지역의 소수 학자와 연구자들의 노력이 있어 왔기에 그나마 울산학 발전이라는 작은 희망의 불씨는 살아 있다. 지역의 정체성 정립이 곧 지역의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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