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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울산시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태풍 때문이다. 새벽 2시께 홍수주의보가 해제될 때까지 태화강은 범람 위기를 맞았다. 유난히 태풍이 많았던 이번 여름 울산을 휩쓴 태풍은 다행히 차바와 같은 악몽 없이 지나갔다. 하지만 올해가 문제가 아니다. 자연재해가 닥칠 때마다 울산은 각종 기상관련 정보에 목마를 수밖에 없다. 기상대가 있지만 그 위상은 초라하다.

중구 성안동에 자리한 울산기상대는 울산공단의 수많은 기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대한민국 산업수도의 기상 문제를 관할하는 기상대의 경우 울산기상대는 부산지방기상청의 하부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들어 울산을 중심으로 태풍이나 집중호우, 지진 등 기상과 지질의 변화상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기상당국의 중요성은 갈수록 부각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울산지역의 기후는 이상기후의 전형이었다. 

이같은 상황을 바꾸기 위해 울산시도 여러 차례 정부에 기상대 승격을 요구해 왔다. 이와 관련 울산기상대를 기상지청으로 승격시키기 위한 범시민 추진위원회가 출범하는 등 울산기상지청 승격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주 울산지역 민간단체와 기업체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울산기상지청 승격 범시민 추진위원회 출범식이 열렸다. 이번 출범식은 울산기상대를 울산기상지청으로 승격시키기 위한 분위기 고조와 시민 여론 확산을 위해 마련됐다.

출범식을 통해 활동을 공식화한 '울산기상지청 승격 범시민 추진위원회'는 울산광역시의회 전영희 환경복지위원장을 비롯한 시의원 2명, 시민·환경단체 대표 27명, 울산 소재 기업체 공장장 등 13명 등 총 42명으로 구성됐다. 이날 추진위원회 위원장에는 김형석 울산광역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회장이 선임됐다. 범시민 추진위원회는 앞으로 범시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토론회, 서명운동 등 대내외 홍보 활동으로 여론 확산과 더불어 시민들의 염원과 역량을 집결시키는 일을 하게 된다.

범시민 추진위원회 출범은 민선 7기 송철호 시장 취임 이후 울산시의 잇단 기상대 지청 승격 요구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인 반응과 무관하지 않다. 울산기상대는 부산지방기상청 산하 최하위 조직으로 사실상 광역시 가운데 유일한 기상대 체제 기관이다. 

지난 5월 8일 환경부 장관이 울산시를 방문했을 때에도 송 시장이 지청 승격을 건의했는가 하면 지난 6월 24일과 27일에는 울산시의회가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회에 건의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울산시의 건의와 요구에 대해 "인력 확보방안 및 울산 관할 지역 행정 수요가 약해 지정 승격 조건을 충족치 못한다"는 입장으로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은 국가산업단지와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해 있어 복합재난의 위험성이 높은 지역으로 지진과 태풍 등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울산기상대의 조직 규모와 역할이 너무 열악해 기상·지진 정보를 총괄하는데 역부족이다"면서 "기상지청으로 승격돼 울산지역의 여건이나 규모에 맞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울산기상대의 조직은 대장 1명, 주무관 4명 등 5명에 불과하다. 지청으로 승격되면 기상지청장, 관측예보관 29명, 기후서비스과 10명 등 직원 40명 체제로 조직이 확대된다. 

울산은 최근 급속한 기후변화에 직면해 있다. 울산지역 평균 기온이 오는 2100년대가 되면 17.32도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먼 이야기 같지만 이 같은 전망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따른다. 기후 변화는 해마다 체감지수가 민감할 정도로 우리 일상의 문제가 됐다. 2100년의 수치지만 이는 해마다 기온이 오르고 있고, 그에 따른 국지성 호우, 폭설 등이 동반되기 때문에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울산발전연구원이 울산지역 기후 변화를 분석한 결과다.  당장 울산지역의 경우 집중호우 증가세가 눈에 띤다. 울산지역에서 하루 60㎜ 이상의 비가 내린 경우는 1970년대 29일, 1980년대 34일, 1990년대 38일, 2000년대 42일로 증가했다고 한다. 또 하루 80㎜ 이상의 집중호우의 경우는 1970년대 14일, 1980년대 16일, 1990년대와 2000년대 각각 22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울산지역 기후 변화는 시민들이 체감할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잦아지는 울산지역 지진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재난요소다. 2000년대 들어 동남 해안과 동해권에서 지진 발생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울산의 경우 국가경제를 떠받치는 기간산업과 수많은 제조업체, 에너지 보고인 원전까지 주요시설이 밀집한 지역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재해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비는 보다 촘촘해야 한다. 자연재해는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많지만 철저한 대비는 그 답이 될 수 있다.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하면 기상지청 승격은 당장 시급한 일이다. 국가적인 핵심 시설이 밀집한 울산을 이대로 방치해 온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다. 하루빨리 정부의 응답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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