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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의 한글창제를 기념하는 한글날이 올해로 573돌을 맞았지만, 여전히 일상에서는 무분별하게 외래어가 사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외솔 최현배 선생의 고향'으로서 바른 우리말 사용에 더욱 앞장서야 할 울산의 행정기관이 오히려 외래어와 외국어 남용을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울산시를 비롯해 각 구·군에서 진행한 각종 행사와 홍보 자료들에선 그 뜻을 알기 어려운 외래어 및 외국어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외래어 및 외국어 남발은 문화 및 축제 관련에서 도드라진다.
대표적으로 울산시가 지난달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진행된 '2019 프롬나드 페스티벌'이 있다.

'프롬나드'는 프랑스어로 '산책'이라는 뜻인데, 태화강 국가정원을 산책하며 즐기는 축제라는 의미가 담겼다.

하지만 프랑스어를 모른다면 그 이름만 들어선 도대체 무엇을 하는 축제인지 쉽게 알기 어렵다. 흔히 '있어 보이기' 위해 전달력 높은 우리말 대신 외국어를 남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밖에도 울산시가 민선 7기 2년 차를 맞아 진행한 소통시책 '송포유(Song For You)', 중구의 여름축제 '워터버블 페스티벌' 등 각종 행사와 축제에서 외국어가 마구잡이로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울산시의 '송포유'는 중소기업과 골목상권 등의 어려운 지역경제 문제를 극복하고 대시민 소통 강화를 위해 7월부터 울산시가 추진 중인 시민을 위한 송철호 시장 주재 간담회를 뜻한다.

행정기관에서 추진하는 각종 시책에서도 외래어 및 외국어가 남용되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울산시 브랜드슬로건부터 울산의 영문(Ulsan) 이니셜 'U'에 'THE RISING CITY'라는 영어를 붙여 만들어졌다. 새롭게 도약하는 울산, 비상하는 울산, 해오름의 도시 울산이란 의미를 담았다.

내년 열리는 울산국제영화제의 슬로건인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며 발전하는 르네상스'와 같이 '르네상스' '컨퍼런스''컨소시엄' 등 외국어를 한글로 써서 우리말과 조합하는 것 또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시말서'나 '고지'와 같은 일본식 표현 또한 행정용어로 버젓이 쓰이고 있다.

물론, 외래어와 외국어 유입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소통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음에 따라 외래어 사용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올바른 한글 사용과 이해를 전제로 삼는다.

이런 와중 울산시는 지난달 열린 '지역축제 육성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울산 대표 한글축제인 '한글문화예술제'를 축소 대상 축제로 지목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일제강점기 대표 한글학자인 외솔 최현배 선생이 나고 자란 도시로 '한글의 문화 자원화'에 앞장서야 할 울산의 행정기관이 아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홍래기자 usj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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