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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이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가을은 여전히 독서에 유용한 여건을 가진 계절이다. 이 계절을 맞아 울산에서도 문학도시 울산을 만들기 위한 '2019 북페스티벌'이 열렸다. 문인협회 울산지회가 마련한 '2019 북페스티벌'은 해마다 울산문협이 여는 책읽기 행사다. 

올해는 '그 양반 참 빨랐지'라는 시로 유명한 이정록 시인을 초청했다. 이 시인은 이번 행사에서 '동심과 상상력'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고 현대무용가 권아름 씨의 공연과 시 낭송가 박순희 씨가 선보이는 시 낭송도 있었다. 이와 함께 책 읽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저자사인회도 있었다. 이달 말에는 가을밤 문학축제도 준비하고 있다. 이 모든 행사는 책 읽기의 저변을 확산하려는 움직임이다. 

책 읽는 도시를 위해 10여 년 전부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서울시가 권역별로 5개 시립도서관을 건립한다고 밝혔다. 울산시민들에게는 참으로 부러운 이야기다. 서울에는 시립도서관이 하나뿐이다. 서울도서관이라는 이름의 시립도서관은 서울에 산재한 여러 가지 도서관의 심장역할을 하고 있다. 

시립도서관이 하나뿐이라고 해서 놀랐겠지만 실제로 서울에는 1,000개가 넘는 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에 새로 건립될 5개 권역별 시립도서관은 서울시 도서관 네트워크의 분관 역할을 수행한다. 

서울시의 계획은 야심 차다. 모든 시민들이 집에서 도보 10분 거리 이내에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2025년까지 1,252억 원을 투입해 구립도서관 66개관을 추가 건립하고 공공 건립의 작은 도서관도 1,005개에서 1,200개까지 확충한다는 복안이다. 이 계획이 마무리되면 서울의 도서관 네트워크는 현재 1,178개관에서 1,444개관으로 늘어나 시민 누구나 집 가까운 곳에서 양질의 정보와 문화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울산의 사정은 어떤가. 울산은 시립도서관을 갖지 못한 유일한 광역시였다가 3년 전에 뒤늦게 시립도서관을 개관했다. 울산의 도서관 맏형격인 중부도서관은 울산 최초의 도서관으로 1984년 개관했지만 지금은 찬밥신세가 됐다. 도서관 부지가 시립미술관 건립 부지에 편입되자 지난 2017년 중구 성남동 '임시도서관'으로 이전, 도서 열람 등 기본적인 기능만 갖추고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도서관을 헐고 미술관을 짓는 발상도 놀랍지만 이전부지와 예산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임대건물에 임시 도서관으로 팽개친 행정은 말 그대로 안하무인 격 행정이다. 

지금 울산 중부도서관의 상황은 어떤가. 울산 대표도서관으로 자리매김해 온 중부도서관은 울산시립미술관 건립 사업으로 35년 역사의 복산동 부지를 내주고 2년 전 성남동 도심으로 임시 이전했다. 울산시가 중구 북정동 중부도서관 부지에 건립하기로 한 시립미술관을 위해 이전한 것이다. 임시 중부도서관은 종합자료실, 어린이실(영유아실), 디지털 자료실, 자유열람실 등을 갖췄지만, 기존 도서관 건물보다 규모가 크게 줄면서 조직과 인원 등이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이 때문에 상가 건물에 자리한 도서관 위치의 부적합성과 도서 대출 규모 축소, 주차공간 미확보, 쾌적하지 못한 주변 여건 등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이로 인해 이전 당시, 중부도서관 1일 평균 이용자 수는 590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1년 10개월이 지난 현재 이용자 수는 708명으로 약 20% 늘었다. 독서회원은 1,184명, 평생교육 수강생도 578명 증가했다. 도서관을 이용하고 싶은 지역민들의 바람이 그만큼 컸다는 것이 증명된 사례다. 현재도 어르신, 장애인, 성인, 초·중·고등학생 독서회 등 대상별 7개 독서회의 가입회원 수가 점차 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부도서관의 원상회복은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중구가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추진 2년 동안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중부도서관' 이전 사업이 당초 예정보다 1년 더 미뤄졌다. 이마저 일단 착공 후 연차별 예산 확보를 전제한 계획이어서, 울산의 원조 도서관임에도 불구하고 상가에 더부살이 하고 있는 중부도서관의 거취가 언제 안정될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35년간 도서관을 위탁 운영해온 울산시교육청이 재원을 부담하는 방안이 제안됐지만 불발되면서 운영권 이관설이 불거지는 등 잡음이 커지고 있다. 

어디 이 뿐인가. 시민들의 건강권과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채 밀어붙이기식으로 건립을 강행한 울산시립도서관의 경우 최근 이용객들이 급증하는 등 수요가 늘어가고 있지만 주변의 대기 공해 등 환경문제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도서관 주변 공단에서 신종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등 대기공해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공해지역에 도서관을 짓고 미술관 짓는다며 원조도서관을 상가 2층으로 밀어버리는 것이 울산지역 도서관의 현실이다. 독서의 계절에 울산의 독서환경은 이렇게 내팽겨쳐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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