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중없는 경기와 이상한 문자중계로 뒷말이 무성한 남자 축구대표팀 남북대결이 논란이다. 한국 남자축구은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북측의 비협조로 이날 경기는 남측 취재진과 응원단은 물론 TV 생중계도 없이 진행됐다. 결국 이날 경기의 중계는 대한축구협회(KFA)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경기장에 있던 AFC 경기감독관이 문자를 보내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AFC 본부가 이를 받아 대한축구협회로 보내는 방식이었다.


이날 경기에 가장 큰 충격은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의 입을 통해서 나왔다. 그는 TV중계가 없는 것을 넘어 관중조차 없는 경기장을 보고 경악했다. 당초 북한은 약 4만명의 관중이 입장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지만, 킥오프 때까지 경기장에 들어온 관중은 없었다. 결국 선수들은 90분 내내 텅 빈 경기장에서 대결을 펼쳤다. 북한의 이번과 같은 '자발적' 무관중 경기는 이례적이다. 남측 응원단을 막은 채 홈 관중의 일방적 응원을 받는다는 비난을 피하려고 그랬다는 분석이 있다. 요컨대 북한이 동등한 환경에서 맞붙길 원했다는 것이다. 한쪽에선 북한이 홈에서 망신당하는 모습을 주민들에게 보여주지 않기 위해 그랬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이날 무승부를 포함, 한국을 상대로 1승9무7패의 열세다.


남측 입장에선 황당하기 짝이 없는 평양 원정경기였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평양에서 1박2일간 외부세계와 단절된 채 지냈다. 심지어 축구협회 측은 휴대전화를 주중 한국 대사관에 맡기고 방북한 우리 선수들을 위해 아침 알람용 자명종 32개를 사서 나눠줬다고 한다. 그렇다면 무관중 경기는 이번이 처음일까. 아니다. 북한은 지난 2005년 평양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 이란전에서 관중 소요 사태를 겪었다. 이에 따라 다음 경기(일본전)를 무관중으로 치렀다. 무관중 경기는 스포츠 경기에서 관중석을 폐쇄해 관객 없이 치르는 경기이다. 보통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킨 구단에 대한 징계로 실시하는 경우가 많으며, 시설이나 안전 문제로 실시하기도 한다.


지난 2018년 10월 12일에 열린 2018-19 UEFA 네이션스리그 A 4조의 크로아티아의 홈 경기 2개가 무관중으로 진행되었는데, 크로아티아 관객들이 2015년 6월 12일에 있었던 UEFA 유로 2016 예선 홈 경기에서 인종차별적 행동을 한 것이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한국 대표팀이 경기를 한 북한 김일성경기장도 화제의 중심에 있다. 김일성경기장은  모란봉 기슭에 있다. 연건축면적 14만 6,000㎡, 운동장 면적 2만 300㎡이며 수용 능력은 10만 명이다. 원래 평양 공설운동장으로 이용하던 곳이며 1945년 10월 14일 김일성이 첫 귀국연설을 한 곳이기도 하다.


1969년부터는 관람석과 기본적인 시설들을 갖추고 모란봉경기장이라 불렀다. 1982년 4월 김일성의 70회 생일을 맞아 현재의 규모로 확장·개축했고 경기장 이름도 김일성경기장으로 바꾸었다. 이곳 경기에서 이기는 것은 북한 운동선수들에겐 치명적인 오점이다. 그래서 축구 경기에서 홈경기는 거의 지지 않는 경기를 해온 것이 북한 축구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