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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사협상이 아직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주 주 2회 열리던 본 교섭에 실무교섭까지 더해 거의 매일 교섭을 벌였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현대중공업 노조(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23일부터 사흘간 파업에 들어갔다. 올해만 벌써 32번째다.

차기 집행부 선거 일정을 감안하면 내주부터는 노조가 선거 체제로 들어갈 예정이어서 사실상 교섭이 불가능하게 된다. 앞서 노조는 집중교섭도 들어가기 전에 22일 본 교섭까지 회사가 제시안을 내지 않으면 총력투쟁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또다시 들어간 파업에 우려를 표한다.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살필 필요가 있다. 

우선 지난 5월 말 물적 분할을 둘러싸고 극한 대립 과정에서 빚어진 무더기 징계와 함께 민형사 소송이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회사는 교섭 과정에서 임금과 무관한 현안은 법적 판단에 맡기고 임금협상에만 집중하자고 제안했지만 노조는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회사는 법인분할에 따른 단체 협약 또한 공식적으로 체결하자고 요구했지만 노조는 법인 분할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며 끝내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많은 전문가들은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하는 근본 원인으로 예상과 다른 조선경기 회복 지연을 꼽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의 경우 당초 예상과는 달리 수주 가뭄 속 어려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과 삼성, 대우조선은 엇갈린 실적을 보이는 상황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빅3 가운데 임금과 단체협약(이하 임단협)을 끝낸 삼성중공업은 수주 목표 달성에 청신호가 켜진 반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수주 목표 달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앞서 국내 조선업계는 올해 초 조선업황이 다시 회복세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 지난해보다 수주목표치를 높여 잡았다. 그러나 글로벌 조선 발주량은 글로벌 시황 악화로 국내 조선업계의 기대치에 못 미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만 해도 조선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세계 경기 부진에 미중 무역 분쟁의 심화로 글로벌 교역량이 줄면서 올해 전 세계 선박 발주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 세계 누적 선박 발주량은 작년보다 43%나 급감했다. 총 1,539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으로, 2017년 1,976만CGT, 2018년 2,696만CGT보다 적은 물량이다. 결국 전 세계 선박 발주 급감으로 현대중공업의 수주도 부진에 빠졌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9월까지 25척, 31억5,500만 달러 규모의 신규 선박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이는 올해 목표인 80억2,000만 달러의 39.3%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도 41.8%나 줄었다. 이로 인해 수주잔량(남은 일감)은 99척으로 불과 1년여 치 일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경쟁력을 지닌 LNG운반선을 중심으로 연말까지 일감 확보에 총력전을 펼친다는 계획이지만,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올해 수주 부진으로 내년에 일감 부족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일감 부족이 전 세계 조선업체의 공통적인 현상이라는 점이다. 발주는 제한적인데 한 척의 선박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경쟁을 펼치다 보니 제값을 받기가 어려운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도 노조는 당초 요구했던 임금인상안을 고수하고 있다.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과 성과금 최소 250% 보장 등 호황기 때 버금가는 요구안이다. 조합원들 사이에서조차 최근 조선업 상황과 회사 실적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없는 무리한 요구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지만, 노조는 여전히 고집을 꺾지 않고 회사의 제시안만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경영상황과 올해 수주 현황 등을 고려할 때 회사의 제시안은 노조의 요구안과는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삼성 등 동종사들은 냉엄한 경영 현실을 직시하고 서로 양보하는 현실적인 협상안으로 올해 교섭을 매듭짓고 위기 극복에 노사가 힘을 모으고 있다. 노조의 파업은 상황만 더 악화시킬 뿐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노조는 현실을 직시하고 무리한 요구를 내려놓고, 회사도 수주 확대와 기술개발로 미래 청사진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현재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기업결합을 위한 각국의 승인 심사가 한창이다. 과당경쟁을 해소하고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조선강국의 위상을 회복할 시금석인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기업결합이 성공적으로 성사되는 것이 당면 문제다. 현대중공업의 실적개선과 노사 협력은 지역경제를 살리는 밑바탕이라는 점에서 울산시민들의 관심도 높다. 노사는 물론, 지역민의 하나 된 성원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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