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미미하지만 회복세가 감지된다던 울산지역 경기 추세가 다시 혼조세다. 이는 현장의 목소리다. 울산과 부산 중소기업 열 곳 가운데 여덟 곳은 현재 경제 상황을 위기상황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본부가 중소기업 260곳을 대상으로 '현 경제 상황과 중소기업인 인식'을 조사한 결과 '위기상황'이라는 응답이 83.9%에 달했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25.4%는 현재 경제 상황을 '외환·금융위기에 준하는 심각한 위기상황'이라고 응답했다. 반면에 '경기 회복 국면'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9%에 그쳤고, '호황'이라고 응답한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현재의 경제 위기 대응 방안으로는 '원가절감 등을 통한 내실경영'(28.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구조조정 및 감원'(17.5%), '특별한 대책 없음'(11.6%), '휴업 또는 폐업 고려'(9.7%) 등으로 답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미래지표다. 지금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 위기를 버틸 수 있는 기간으로는 '3개월 이내' 5.0%, '6개월 이내' 11.5%로 '1년 이내' 28.4%로 전체의 44.9%가 1년 이내라고 응답했다. 내년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60.4%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3.8%에 그쳤다. 내년 경제가 악화할 것으로 예상한 이유로는 33.7%가 '소비심리 위축, 매출 감소 등 내수침체'를 꼽았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급격한 고용정책 변화'가 32.6%로 뒤를 이었고 '정부의 노동 친화 정책 및 경제 대응 방안 부족'도 25.1%에 달했다. 올해 매출액 수준은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이 62.7%를 기록했고, 현재 자금 조달 사정도 59.6%가 전년 대비 '곤란하다'고 응답했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자 당장 경기 침체가 심각한 울산 동구에서는 고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공공일자리 창출에 98억 원을 투입하는 등 긴급 수혈에 나섰다. 울산 동구는 제2차 희망근로지원사업을 확대해 453명을 추가로 모집했다. 현재 희망근로지원사업에는 일산해수욕장 환경정화사업 등 총 58개 사업장, 550명이 참여하고 있는데 해양환경정화 등 분야에 추가로 일자리를 마련하는 사업이다. 

동구가 조선업 위기 등 어려운 지역경제로 인해 취업난을 겪고 있는 지역민들을 위해 발굴한 공공일자리는 총 1,697개다. 이번에 추가로 모집한 참여자는 오는 11월 18일부터 12월 20일까지 근무하며, 모집분야는 해양연안정화사업 등 76개 사업이다. 지난해의 69억 원보다 29억 원 더 많은 공공일자리예산을 확보해 지역경제활성화에 힘쓰고 있는 상황이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지적도 많다. 당장 일자리 개선은 수치로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공공근로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없던 일이 되는 한계가 있다. 

문제는 울산의 경우 앞으로의 경기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서민들에게 가장 다가오는 주택시장의 경기를 보면 울산의 HBSI 전망치는 부산(83.3), 대구(94.8), 광주(87.8), 대전(96.9) 등에 비해서는 낮아 주력산업 침체의 여파가 주택 경기에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 상황이다. 울산의 지난달 HBSI 전망치는 55.0이었으나 실적치는 77.2를 기록해 주택사업경기 회복 기대감을 높였다. 울산의 이날 HBSI 전망치가 급상승한 것은 지난달 중순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아파트 매매가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울산의 아파트 매매가는 하락 2년 6개월 만인 9월 셋째 주 보합을 기록한 뒤 상승 반전해 이달 첫째 주까지 3주 연속 플러스 행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달의 HBSI 전망치 상승은 지난달의 기저효과 영향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성황이다.

문제는 지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기업의 실적이다. 울산의 경기침체를 그나마 저지해 주던 석유화학마저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조선업과 자동차의 업황 개선이 늦어지면서 울산의 연말 제조업 경기는 여전히 우울할 전망이다. 울산상공회의소가 지역 내 15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9년도 4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78을 기록했다. 이는 전 분기에 비해 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올 들어 3분기 내내 부진했던 제조업 경기가 4분기에도 좀처럼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기 침체에 디플레이션 위기까지 찾아온 상황이다. 당장 울산으로서는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장기침체를 극복하고 상승전환의 전기를 마련하는 특별한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전환점이 있었다. 얼마 전 대통령까지 참석해 부품공장 기공식을 가진 수소전기차 양산시설은 새로운 활력이 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시너지 효과를 더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민관, 그리고 기업과 노사가 하나가 되어 위기극복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