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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5년에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기로 하자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일괄 전환의 명분으로 현재 고등학교의 서열화를 꼽았다. 유은혜 부총리는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을 발표하면서 "교육 격차가 사회 계층 격차로 이어진다는 국민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 4%를 차지하는 외고·자사고 등에서 우수 학생을 선점하고 비싼 학비와 교육비가 소요되다 보니, 고등학교가 사실상 '일류·이류'로 서열화되고, 고교 진학경쟁이 심화돼 사교육비 부담이 커지고, 학교·학생 간에 위화감이 조성되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대학입시에서는 특기자 전형이 일부 고교에 유리하게 돼 있고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일부 '고교 프로파일' 정보가 불공정하게 사용된다는 의심이 있다"며 "자사고·외고 등이 입시에 치우쳐 당초 설립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유 부총리는 "일괄 전환 전에 입학한 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자사고·외고·국제고 신분을 보장하고, 일반고 전환 후에도 학교 명칭과 특화된 교육과정은 그대로 보장하겠다"며 "입학 방식만 바뀌는 것이므로 자사고·외고 폐지가 아니라 일반고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울산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파장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울산시교육청이 교육부가 발표한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국제고 등 특수목적고 일괄 폐지 방침'에 대해 시행령 등을 지켜보며 대응해 나간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지역 교육계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이 나오는 상황이다. 찬성하는 쪽은 "학교 교육의 공정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반긴 반면,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교육의 다양성을 훼손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울산시교육청은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자사고인 현대청운고와 외고인 울산외고를 일반고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울산시교육청은 현대청운고는 자사고 운영기간이 끝나는 대로 정부의 방침대로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정해 놓고 있고 울산외고는 내년 재지정 심사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울산시교육청은 이들 학교가 설립 취지와 다르게 학교 간 서열화를 만들고 사교육을 부추기는 등 불공정을 유발하고 있는 정부의 판단에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올 6월 자사고로 재지정된 현대청운고는 2020년 3월 이후에도 자사고 운영기간이 연장되지만 2025년 2월 말 재지정 기간이 만료된다. 울산외고는 2021년 2월 특목고 지정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내년 2월 울산시교육청의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있다. 

이들 학교는 정부의 일반고 일괄전황 방침이 확정되면 오는 2024년까지만 현재의 지위가 유지되고, 일반고로 전환되기 전 입학한 학생들의 경우 졸업할 때까지 자사고와 특목고의 학생 신분은 유지된다. 

이 문제에 대해 진보단체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고교서열화 해소는 교육계에서 굉장히 오래 요구했던 문제"라며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일"이라며 이번 정부 방침을 반겼다. 그러면서 "수월성 교육이 정당하다는 이유로 다양한 학교가 분리 교육을 해왔는데, 이로 인해 학생들까지 스스로 계급적인 분리를 받아들이는 징후가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보수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헌법 정신 훼손이자 교육 다양성 포기 선언이며, 현실적 대안도 없는 처사"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교총은 이어 "학생들의 적성, 능력에 따라 다양하고 심화된 수준의 교육기회를 열어주고,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응해 수월성 교육을 강화하는 선진 각국의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며 "정치·이념의 교육 개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현대청운고의 학교법인인 현대학원 관계자는 "공교육이 '수월성 교육'을 제공하지 않으면 결국 사교육 쏠림 현상이 커지고 우수 학생의 해외유학 수요만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 김대중 정부가 평준화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자사고를 만들었고,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숙사도 짓고 교육과정도 심화시키는 등 연간 40억여 원씩 투입해가면서 어렵게 학교를 운영해왔다"며 "이제 와서 이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조치는 국가백년대계인 교육 정책이 앞으로도 정권의 성향에 좌우될 수 있다는 위험 소지를 안고 있다"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이같은 문제 때문에 자사고나 외고의 '단계적 전환'을 추진해온 정부가 일괄 전환으로 방침을 바꾼 것은 조국 사태 등 교육 공정성 문제가 이슈화된 것도 상당한 영향이 있다고 본다. 문제는 교육부가 고교서열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그 해답으로 일괄 전환에 나선 것이 과연 최선책이거나 차선책일 수 있는가에 있다. 수능 및 내신의 공정성 문제나 교사의 수업권과 평가권 확립 등 고등교육 내적인 문제에 대한 공정성 담보를 추진하는 문제가 선결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는 상황이다. 고교 획일화는 사회적 합의 과정 등 절차적 문제가 필요한 만큼 이를 생략할 경우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절차적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설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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