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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상헌 국회의원이 최근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을 만나 울산 출신 독립운동가 박상진 의사의 서훈등급 상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박 처장에게 "독립운동가 중 아직 제대로 된 서훈을 받지 못한 분이 많은데, 대한광복회 총사령이었던 박상진 의사도 마찬가지"라며 "서훈 변경이 가능하도록 수정한 상훈법 일부개정법률안 국회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할 테니, 국가보훈처도 서훈등급 심의 기준이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설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의원은 "박 처장도 이에 대해 상훈법 개정이 최우선이라며 보훈처 차원에서도 신중하게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지난 1월 서훈 변경이 가능하도록 규정하는 상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또 8월 국회에서 울산 독립운동가 박상진 의사 공적의 재조명을 위한 토론회를 주최했다. 지난 9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18년 회계연도 결산 회의에서는 서훈등급이 아직 3등급(독립장)인 박상진 의사를 언급하며, 조속한 등급 상향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박 의사 서훈 변경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훈처의 움직임은 여전히 미온적이라는 데 있다. 박상진 의사가 전국적으로 조명을 받은 것은 경술국치 100년이 되던 지난 2010년이다. 이 당시 공영방송의 역사 프로그램에서 울산의 의사 고헌 박상진 장군의 일대기를 방송했다. 청산리 전투의 김좌진은 알아도 그의 대장 광복군 총사령관 박상진은 아무도 몰랐다. 방송이 나가자 울산 송정동의 고헌 생가는 뉴스의 초점이 됐다. 그리고 7년 뒤 지난 2017년 전쟁기념관은 일제강점기 항일 무장투쟁에 헌신하고 순국한 박상진 장군을 '8월의 호국인물'로 선정했다. 

울산이 낳은 근대 인물 가운데 박상진 장군은 단연 특출하다. 법률공부를 하고 판사시험에 합격했던 장군이 왜놈의 법을 집행하는 것을 거부하고 광복군에 뛰어든 것은 스승의 영향이 컸다. 그의 일생에서 스승 허위와 이토의 심장을 도려낸 안중근 의사는 삶의 방향을 바꾸게 한 멘토였다. 박상진 장군을 기억해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 당당함이다. 장군은 의병장이던 스승의 죽음 이후 만주를 떠돈 뒤 민족의 반역자들을 처단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경술국치 이후 일제처단의 기회를 엿보던 장군은 조선국권회복단과 대한광복회를 결성하고 민족반역자와 부역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처단을 통보했다. 이같은 기개는 일제의 폭압이 자행되는 암울했던 시기에 우리 민족에게 독립의 희망을 잃지 않게 하려는 의도였고 비열한 일제 앞잡이와 지도부에게 경종을 울리려는 외침이었다.

한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다시 박상진 의사를 떠올리는 것은 그의 고향 울산이 가진 항일정신의 면면한 역사성 때문이다. 만세운동 100주년인 올해는 박상진 의사의 서훈 조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해이다. 그 당위성은 박상진 의사의 행적에도 있지만 울산이 가진 항일 정신의 역사성에도 바탕을 깔고 있다. 울산은 일제강점기를 떠올리면 독립의 의지가 어느 곳보다 강했던 항일투쟁의 중심 도시였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까마득히 먼 시절, 울산은 왜구의 노략질로부터 임진년 조일전쟁 때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서 섬나라 도적 떼들을 가장 최일선에서 맞선 항전의 땅이었다. 이를 기억하고 찾아낸 울산시는 최근 과거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려는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가 울산을 대하는 태도나 박상진 의사에 대한 공적을 평가하는 기준은 역사성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박상진 의사의 서훈등급은 3등급(독립장)이다. 독립 유공자들에게 명예와 같은 건국훈장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조국 독립과 건국에 공로가 있는 선열들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수여 한 서훈이다. 

문제는 이 서훈이 모두 5등급으로 분류돼 있고 그 분류에 공정성이 결여됐다는 점이다. 최고 등급인 1등급의 '대한민국장'은 현재까지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 도산 안창호 선생 등 31명이 받았다. 이동녕 선생과 이상재 선생의 경우 1962년 건국훈장 2등급인 '대통령장'을 받았다. 3등급인 '독립장'에는 대한광복회의 총사령관을 역임했던 박상진 의사와 고종 황제의 밀사로 활동했던 호머 헐버트(Homer Hulbert) 등이 서훈됐다. 

유관순 열사의 경우도 3등급을 받았지만 올해 초 문제가 제기돼 별도의 서훈으로 공적을 재평가했다. 하지만 울산 출신 박상진 의사는 여전히 홀대를 받고 있다. 올해 초 울산시의회가 울산 출신 대한광복회 총사령 박상진 의사의 서훈 등급 상향을 위한 상훈법 개정법안 조속처리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박 의사가 재평가되고 역사에 재조명되어야 하는 이유는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다. 규정에 묶여 서훈 상향 조정에 미온적인 국가보훈처는 박 의사의 업적에 걸맞은 서훈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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