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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생 숫자는 아무 의미가 없어졌죠. 1교시 마치고 나면 한 반당 20명 이상이 무더기로 빠져나가거든요" 지난해 수능 시험 감독을 나갔던 한 장학사가 털어놓은 경험담이다. 올해도 울산은 1만1,000여 명이 수능치겠다고 응시했다. 올초 기준 고3학생이 1만2,000명 가량이었던 것을 토대로 보면 대다수가 시험에 응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허수다. 정부 집계에 의하면 실제 정시로 대학을 가는 학생은 20%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는 이미 수시로 대학에 합격한 상태다. 다만 최저등급을 확보하도록 한 대학에 수시응시한 일부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수능을 본다. 그래봐야 실제 수능을 치는 학생은 30%를 넘지 않는다.


그런데 시험당일 고사실에는 이보다 많은 학생들이 몰린다. 시험 때문이 아니다. 고교 3년 간 손꼽아온 수능 수험표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실제 영화관과 미용실, 음식점들은 20~30%를 할인하는 행사를 대대적으로 내걸었고, 수험생 뒷바라지에 고생한 부모님 동반 할인도 특별 행사로 등장했다. 수험생 모시기에 공을 들여온 의료계의 프로모션은 파격적이다. 성형외과들은 수험표를 가져오는 고3 수험생을 대상으로 '반값 수술' 등을 내세워 구미를 자극하고 있다.


굳이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되는 학생들에게 교실 밖 세상이 '위장 응시'를 부추겨온 셈이다. 성년이 되는 나이 무렵인 수능생들에게 가장 먼저 '편법'을 가르쳐야 되겠는가. 정시 확대나 학종의 폐단 등 입시정책을 논하기 전에 수능생들의 눈에 장사치에 불과한 어른들의 민낯부터 돌아봐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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