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제부턴가 울산은 매력 없는 도시가 돼버렸다. 기업하기도, 사업하기도, 장사하기도 힘든 도시가 돼버렸다. 이는 곧바로 인구감소로 이어지고 출산율 감소로 드러나고 있다. 

사람이 모이지 않는 도시, 젊은 층이 떠나는 도시는 미래가 없다. 그 대표적인 현장을 울산 동구로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울산 전지역이 탈울산 행렬의 현장이 됐다. 심각한 상황이다. 이제 기업도시 울산은 옛말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나오고 있다. 

행정에서는 그동안 울산을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며 수많은 공약을 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지원 정책은 말뿐이고 소극적인 공무원들의 태도는 기업들의 탈울산을 부추겼다. 

실제로 매곡산업단지와 달천, 반천, KCC산단에 입주한 기업들이 최근 공장 가동을 멈추고 문을 닫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 업체 중에는 정부 공인을 받은 조달 우수제품 지정회사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조달 우수제품 업체로 지정된 울산의 5개 중소기업 중 1곳은 이미 타지로 이전했고, 2곳은 이전을 심각하게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우수 중소기업들이 탈울산을 선택하거나 고민 중인 이유는 울산의 지자체들이 지역 업체에서 생산한 제품 구매를 외면하기 때문이다.

조달 우수제품 지정 업체 중 A사의 경우 매출 부진으로 울산 중소벤처기업청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인근 경주 외동으로 이전을 검토 중인 상태다. 또 H사 역시 지역 공공기관들의 저가 입찰로 우선 구매를 외면당하는 상태에서 일반 업체와의 경쟁입찰에도 참여할 수 없어 우수업체라는 이유만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울주군에 위치한 N사는 극심한 매출 부진을 겪으면서 자구책으로 본사를 서울을 옮겼다. 울주군 반천산단의 K사는 지역 행정기관들의 외면 속에 탈울산을 염두에 두고 현재 양산, 경주시 등 인근 지자체와 공장 이전에 따른 지원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밖에 울주군의 S사는 올해 수주 부진으로 공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자동차 관련 업종의 특성상 현대차와의 접근성 확보와 과다한 이전 비용, 직원 이주 등의 문제로 할 수 없이 울산에 눌러앉은 상태다.

일반 중소업체 뿐만 아니라 이른바 강소기업을 꿈꾸는 조달 우수제품 지정 기업들까지 탈울산을 고민하는 배경에는 중소기업에 관한 한 소극적인 행정을 펼치는 울산시와 각 구·군, 시교육청의 복지부동식 행정 때문이다. 현재 울산시에는 지역 중소기업 제품 우선 구매 등을 위한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조례'를 비롯해 중소기업 지원·육성을 위한 '중소기업지원기관협의회 운영 규정' '기업사랑 및 기업지원 등에 관한 조례' 등 중소기업을 위한 법 제도는 잘 갖춰져 있지만, 실제 행정 집행과정에선 이러한 지원책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최근 3년간 울산 반천산단에 위치한 우수업체 K사의 경쟁사인 강원도 B사, 전남도 D사의 총계약액 대비 지역 수주율을 보면, 2016년의 경우 B사는 24억 원 중 71%, D사는 38억 원 중 76%를 지역에서 수주한 반면, K사는 77억 원 중 지역 수주율은 단 2%에 불과했다. 2017년과 2018년 회사별 지역 수주율은 B사는 92%와 88%, D사는 77%, 60%인데 비해 K사는 4%와 8%에 그쳤다.

울산의 업체가 지자체들의 외면 속에 지역에서 수주하지 못하고 타지에서 영업해야 하는 악조건은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올 들어 9월 말까지 조명기구의 시도별 지역업체 발주현황을 보면, 강원 61.0%, 경북 21.2%, 경남 50.4%, 부산 65.6%, 전북 67.2%인데 비해 울산은 5.4%가 전부다. 또 금속제창의 지역업체 발주비율(2017년 5월~2019년 5월)은 대전 93.0%, 부산 80.7%, 대구 68.4%, 강원 66.4%, 경기 60.6% 등이지만, 울산은 116건(계약금액 208억9,800만 원) 중 4.5%인 14건(9억4,700만 원)만 지역업체에 발주했다.

말로만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외치고 있을 뿐, 울산에선 중소기업기본법과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조례 등은 잠자고 있는 셈이다. 오죽했으면 지역 중소기업인들이 "울산은 중소기업 무덤이고, 탈울산 만이 살길"이라고 하소연하고 다닐까 싶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울산의 공무원 행태에 대해 "모든 행정은 대기업 중심이고 시장이나 구청장의 구호는 선언뿐이고, 대기업은 귀찮을 정도로 찾아가서 실적 챙기기에 급급하면서 중소기업은 문전박대하기 일쑤다"라고 꼬집었다.

일선 기업의 실무자들은 울산과 인근지역 지자체를 비교하며 행정의 반기업 정서를 지적한다. 타지역의 경우 공무원들이 기업을 향해 무엇을 도와줄까를 고민하지만 울산은 기업의 요구에도 핑계만 된다는 입장이다. 일선 여론은 중요하다. 반기업 정서는 탈울산으로 이어진다. 행정이 변해야 할 이유가 분명해 보인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