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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왜곡된 역사와 현재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잘못된 역사관을 지적해온 반일운동가 서경덕 교수가 최근 푸념을 쏟아냈다. 공짜 내의를 받기 위해 일본 의류업체 유니클로 매장에 줄이 길게 이어진 우리의 모습을 두고 나온 한숨이다. 무료 증정이라는 말에 무너진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서 교수는 "일본 우익과 언론에서 얼마나 비웃겠느냐"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한때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던 유니클로는 겨울에 접어들자 살아나는 분위기다. 지난 15일부터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발열 내의 10만 장을 무료로 증정하는 15주년 감사행사를 벌인 결과다. 

실제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초기 뜨거운 열기에 비해 급속도로 식고 있다. 자동차·의류 등 일본 소비재 기업들의 지난 10월 매출이 9월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다. 유통업계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두고 지난 8~9월 일본상품 불매운동에 적극 참여했던 소비자들이 일본 업체들의 대규모 할인 공세에 점차 마음을 되돌리는 양상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도요타와 렉서스, 혼다, 닛산, 인피니티 등 국내에서 차를 판매하는 5개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지난달 전체 판매량은 1,977대로 전달보다 79.2% 증가했다. 가장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어난 업체는 혼다였다. 지난 9월 국내 시장에서 166대를 파는 데 그쳤던 혼다는 지난달 806대를 팔아 전달대비 판매량이 385.5% 급증했다. 도요타의 지난달 판매량은 408대로 전달보다 9.1% 늘었다. 

대표적인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타깃이었던 유니클로도 할인 행사의 영향으로 매출이 회복세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국회의원이 삼성·신한·KB국민·현대 등 국내 8개 카드사로부터 받은 '신용카드 매출액 현황'을 보면 유니클로의 올해 9월 매출액은 91억 원으로 전년 동기 275억 원보다 67% 감소했다. 대규모 세일을 진행한 10월 1~14일, 2주간 매출액은 81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205억 원) 대비 61% 줄었다. 겨울 초입에 들면서 할인 행사가 시작되자 전국의 유니클로 매장에서는 겨울 인기 상품인 플리스 재킷과 기능성 내의 히트텍 등을 중심으로 품절 사태가 벌어지는 일도 생겼다.

일본 여행 수요도 소폭 늘고 있다는 보도다. 하나투어의 지난 10월 일본 여행 수요는 9월보다 1.3% 증가했다. 앞서 9월과 8월 일본 여행 수요는 직전 달과 비교해 각각 63.2%, 30.3% 감소한 바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지난 7월 불매운동 이후 일본 여행객이 급감했지만 10월 이후 수요가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반일역사 바로잡기에 앞장서고 있는 서경덕 교수는 불매운동 초반 유니클로 일본 임원이 '한국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비하 발언을 한 것과 전범기인 욱일기를 의류에 새겨 판매한 점, 최근 일본군 위안부를 조롱하는 광고를 게재한 점 등을 들어 유니클로 불매가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회사에서 공짜라고 나눠주는 내복을 꼭 받으러 가야만 하나"라며 "이 상황을 두고 일본 우익과 언론에서 얼마나 비웃겠나. 아무쪼록 우리 모두 최소한의 자존심만은 지켰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의 말이 감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오늘의 한일관계에 비춰 안타까운 현실을 제대로 짚어주는 발언이다.

유니클로는 일본의 패스트 패션 브랜드다. 일본 주식회사 패스트 리테일링의 자회사로, 의류 및 피복의 생산 및 판매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다. 이름의 유래는 '유니크하고 저렴한 옷'이며, '유니버설'이라는 의미도 포함된다고 한다. 본사는 야마구치현에 있다. 유니클로의 불매운동 여파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2년 중국에서는 반일시위가 격화되면서 일제만 보이면 누구거든 죄다 때려 부수는 안 좋은 과격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는데, 당시에도 중국 유니클로 매장은 "조어도가 중국의 고유한 영토임을 지지합니다"라는 문구를 써 붙이기까지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니클로가 일본 우익을 지원한다는 설이 유포돼 있지만 확인은 안 된 정보다. 문제는 지난 7월 유니클로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오카자키 타케시가 일본 도쿄에서 열린 결산 설명회에서 한국에서 벌어진 불매운동이 매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도 영향력이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해 국내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을 더욱 촉발시킨 바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타케시의 발언이 현실화 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같은 흐름이 결국 한일관계에서 언제나 일본이 우선권을 쥐게 되는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잘못된 일본 지도자들의 발언이나 정책은 단호하게 맞서야 재발의 우려가 사라진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자세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 오늘의 문제를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냄비근성이라는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일본 정치지도자들에게 제대로 각인시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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