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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시내버스는 돈먹는 하마다. 울산시가 시민 혈세를 매년 수백억 원씩 지원하면서도 버스요금은 3~4년 주기로 인상이 반복된다. 그래도 답이 없다. 서비스 질이 개선되기는 커녕 일부 노선은 시민을 봉으로 여긴다. 전국 특광역시 가운데 대중교통 서비스 질이 최하위권인 울산의 현주소다. 지금까지의 지원 상황을 보면 더욱 한심스럽다.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시가 시내버스 업체에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지원한 재정보전액은 2014년 246억 원, 2015년 247억원, 2016년 264억 원, 2017년 373억 원, 2018년 526억 원, 2019년 619억 원에 달한다. 6년간 울산시가 지원한 재정보전액은 총 2,275억원이다. 재정보전액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적자노선에 대한 재정지원액이다.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2014년 54억 원이던 적자노선 지원액은 해가 갈수록 증가해 2017년에 175억5,000만 원으로 증가하더니 2018년 311억2,000만 원, 그리고 올해 416억 원으로 늘어 2014년 대비 6년만에 7배 이상 늘어났다.


이 같은 재정보전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울산시내버스 요금도 3~5년 주기로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울산지역 시내버스 요금은 성인카드 기준으로 2006년 12월 800원에서 950원으로 150원 인상됐다가, 5년 뒤인 2011년 7월에 다시 150원 인상돼 1,100원으로, 이후 2014년 3월에 40원이 더 올라 1,140원으로, 2015년 12월에 110원이 올라 현재의 1,250원이 됐다. 울산시는 또 올해 말을 기해 시내버스 요금을 지난 2015년 이후 4년만에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시가 현행시내버스 표준운송원가 조사 용역 결과를 토대로 제시한 '시내버스 요금 조정안'은 일반 시내버스 요금의 경우 성인 기준 현금은 현행 1,300원에서 1,500원으로, 카드는 1,250원에서 1,450원으로 각 200원 15.5% 인상 추진된다. 울산시는 재정보전액이 매년 눈덩이처럼 증가하고, 버스요금도 덩달아 인상을 거듭하는 이유를 버스이용승객 감소와 노선 증설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울산시내버스 이용객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2014년 이용승객 1억1,700만 명이던 것이 2015년 1억1,300만 명으로, 2016년 1억700만 명에서 2018년에는 9,600만 명으로 줄어 연평균 감소율이 4.7%에 달한다. 운송수입금도 연평균 1.9%씩 감소 추이를 보이면서 최근 5년 동안 수익금도 274억 원이 줄었다.


2014년 147개 노선에 805대의 버스가 투입되던 것에서 2018년 현재 162개 노선에 875대가 투입되는 등 노선은 10.2%, 차량은 8.7%가 증가하는 등 채산성이 악화됐다는 게 울산시의 설명이다. 막대한 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대비 시내버스 친절도에 대한 민원이 23.6%나 감소했다고 울산시는 설명하고 있지만 무정자, 배차시간 미준수, 불친절, 난폭운전 등 민원은 여전히 시민들이 갖는 불만 사항이다. 울산 시내버스의 서비스 부문에 대한 문제는 울산지역의 도시적 특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울산시의 면적은 1,061㎢로 광주 501㎢, 대전 539㎢에 비해 배 이상 넓다. 하지만 운행하는 시내버스는 울산이 748대인데 반해 광주 1,043대, 대전 1,016대로 울산이 3백여대가 적다. 넓은 면적에 많은 운행거리와 노선 등 현실적인 조건이 서비스 질 개선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 사정 때문에 울산시는 사실상 준공영제나 다름없는 구조로 버스업계를 지원하고 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시내버스 업계의 요금인상 압박을 들어주는 가장 큰 명분은 이용승객 감소다. 여기에다 경기침체와 압축천연가스 가격인상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면서 경영 악순환에 빠져 누적된 적자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버스업계는 아우성이다.


문제는 요금인상이 버스업계의 고질적인 경영난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이 되지 못하는 미봉책이라는 점이다. 언제까지 버스업계의 적자를 시민 혈세로 보전해주는 일이 반복되야 하는가는 여전히 숙제다. 최근 울산시는 동해남부선 개통 등 교통체계 변화에 맞춰 노선전면 조정과 버스운영 체계를 개편해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요금인상 때마다 들리던 소리와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구차한 계획을 만드느니 차라리 이참에 시내버스 문제를 완전히 오픈해 시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보는 것이 어떨지 진지하게 고려해 볼 시점이다. 노선별 입찰제나 경쟁구도 설정 등 다양한 방안이 나올 수 있다. 밀실행정 일방적 지원행정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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