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근혜 정부의 울산 공약 사업이었던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이 재추진된다는 소식이다. 이번에는 국립이 아니라 일부 사업비를 울산시가 충당하는 산업기술박물관 형태라고 한다.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제18대 대통령 지역공약사업으로 추진된 국립산업기술박물관 울산 건립이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타당성이 없다는 결과에 따라 무산됐던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을 형태와 규모를 대폭 변경·축소해 재도전에 나서고 있다. 울산시가 현재 추진 중인 산업기술박물관은 당초 논의됐던 울산대공원에 부지 3만㎡, 건축 연면적 1만6,000㎡ 정도로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다. 총사업비는 건축비 859억 원, 부지조성비 134억 원 등 총 993억 원에 달한다.

물론 이 규모는 당초 추진했던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의 1조2,000억 원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다. 당초 웅대하게 추진됐던 산업박물관은 건립부지가 울산으로 옮겨진 지난 2014년 7월에는 건축 연면적 8만476㎡에 사업비가 4,393억 원으로 줄었고, 2017년 예비타당성조사 당시에는 건축 연면적 2만8,800㎡에 사업비가 1,865억 원으로 또다시 줄었다.

이번에 울산시가 추진하는 산업기술박물관은 지난 2013년 계획보다 규모나 사업비 면에서도 10배가량 준 것이고, 2017년 예비타당성조사 탈락 당시보다도 절반가량 줄어든 규모다. 특히 울산시는 예비타당성조사를 의식해 전액 국비 지원의 기존 국립 체제 요구와는 달리 '국립'이라는 명칭을 떼고 울산시가 일부 사업비를 내고 대부분의 사업비를 국비로 충당하는 산업기술박물관을 추진하기로 했다.

울산시는 이 문제에 대해 지난해 7월부터 산업부의 의뢰로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에 용역을 추진했던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 로드맵 용역 내용을 근거로 계획을 짜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체 예산의 10% 정도만 울산시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국비로 충당하는 방안을 놓고 산업부와 협의를 진행해 왔다는 사실도 밝혔다. 또 당초 추진했던 유물전시 중심이 콘셉트에서 벗어나 디지털 중심의 전시·체험공간으로 산업기술박물관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울산시는 이같은 산업기술박물관 설립을 놓고 기재부에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신청을 요청한 상태다. 이를 위해 지난 10월 산업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함께 기재부에 관련 사업에 대한 설명회도 마쳤다. 기재부는 이를 토대로 오는 12월 말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포함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울산시는 산업기술박물관이 기재부의 예비타당성조사 사업에 포함될 경우 내년 3월께 예비타당성조사 절차를 밟고 2021년 기본설계에 들어가 2022년 착공, 2026년에 완공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이같은 박물관 추진에 대해 의견수렴이나 지역 사회의 공감대가 확보됐는가에 있다. 벌써부터 일부에서는 "국립 산업기술박물관의 경우 반드시 추진될 사업으로 건립 장소는 울산이라는 사실이 이미 불변의 사실이 된 마당에 스스로 국립을 떼도 시작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반발을 하고 있다.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이 형식과 내용, 규모가 대폭 달라지거나 축소돼 산업기술복합문화공간으로 추진된다면 울산의 기득권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 국립기술박물관 유치 경쟁에 나섰던 서울이나 창원 등에 국립산업기술박물관 자리를 내주는 꼴이나 다를 바 없다는 논리다. 

이미 재추진 의사를 밝힌 만큼 가장 중요한 문제는 울산에 국립산업박물관이 들어서야 한다는 사실이다. 국립산박의 경우 대한민국 근대화의 상징적 시설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울산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 

국립산박이 단기간에 눈부신 산업발전을 이룬 대한민국의 산업사를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는 만큼 입지를 울산에 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울산은 지난 1962년 특정공업센터로 지정돼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끌었던 산실이다. 대한민국 산업화에 기여한 공로, 그로 인해 울산이 감내해야 하는 피해 등 울산에 국립산박이 들어서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국립산박은 이 모든 당위성과 근거를 갖췄지만 사실상 홀대를 당했다. 

그렇다면 왜 울산에 산업박물관을 짓는 문제를 두고 정부가 적극성을 갖지 않았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위치였다.  국립산박이 울산의 도심에 위치한다는 것은 울산으로서는 대단히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전국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때 문제가 있는 위치라는 지적이 많았다. 전국적인 규모의 시설을 유치하는데 어느 지역에 시설을 둬야 여러 가지로 이점이 있는지는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 볼 일이라는 지적을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이를 충분히 고려하고 굳이 스스로 국립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시설 유치에 나서야 하는 것인지도 살펴야 한다. 훗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주무 부처는 처음부터 제대로 살펴 산업박물관 문제를 풀어나가길 간곡히 당부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