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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유연 作 '얼룩'
양유연 作 '얼룩'

울산이 가진 도시의 특성과 자본, 노동관계에 관한 작가들의 고민을 담아낸 전시가 열린다.
 북구예술창작소는 오는 14일까지 북구예술창작소 소금나루 작은미술관에서 손혜경, 양유연, 연기백, 장종완 작가가 참여하는 '소금나루 그림약국-단단한 불균형'을 개최한다.


 북구예술창작소가 위치한 염포동에는 대기업의 공장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의 노동자들은 기업의 성장을 위해 목숨을 바쳐가며 일했다. 하지만 경기가 악화되면서 일부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불완전 취업, 비정규직 등의 자리에 놓이고 되고 묵묵히 참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번 전시는 노동자들의 이 같은 '말없는 체념과 참을성'이 개인의 무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회의 무능이자 결과라는 것을 역설한다.  
 손혜경 작가는 전시에서 두 개의 조각 작품 '랜드청정'과 '8719'를 선보인다. '8719'는 울산 노동자계급의 역사적인 투쟁이 현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사유해낸 결과물이다.


 양유연 작가는 회화 작품 '얼룩'과 '기울어진 기억'을 전시한다.
 '얼룩'은 1970년대 후반 동일방직노동자 투쟁이 바탕이 된 작업이다. 작가는 여성 노동자들이 민주노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기록된 사진을 참조해 작품을 구성했다.
 

연기백 作 'Elegant Feeling(우아한 감각)'
연기백 作 'Elegant Feeling(우아한 감각)'

 연기백의 'Elegant Feeling(우아한 감각)'은 노동 그 자체에 주목하고 의미화 한 작품이다. 작가는 울산에서 생산되는 주력 상품인 자동차의 문을 작품 소재로 이용했다.


 그는 자동차 문을 수집한 후 이것을 이루던 요소를 분해해 백색으로 만들고, 해체된 상태 그대로 물체를 매달아 둔다. 더불어 표면에 남겨진 손자국을 통해 자동차를 만든 노동자의 행위를 흔적으로 제시한다.


 이 작업은 산업 체계 안에서 용해돼 버린 노동 행위를 들여다보고 노동 본래의 의미를 끄집어낸다. 
 장종완 작가는 '하늘소가 있는 풍경'과 '울산'으로 유년기를 보냈던 울산에 대한 기억을 그려낸다. 작품 '울산'에서는 조선업의 흥망성쇠를 함께 했던 작가의 아버지 모습을 통해 산업역군의 쓸쓸한 뒷모습을 조명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각 및 설치 작품 3점, 회화 12점을 감상할 수 있다.


 북구예술창작소 관계자는 "전시장 입구에 있는 일련의 회화는 자연의 섭리와 생태계의 규칙, 사회적 통념을 허물어트리는 풍경을 연출한 것"이라며 "현재의 불안과 모순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기록한 이번 전시에 많은 이들의 관람을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 052-289-8169
강현주기자 uskhj@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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