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간의 수레바퀴가 돌아갑니다.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 시간의 수레바퀴에 태워지는 거겠지요. 그로부터 누구나 최선 다해 수레바퀴를 굴리며 주어진 시간을 살아갑니다. 

'트리갭의 샘물'이라는 동화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동화의 주인공들은 우연히 트리갭의 샘물을 마시고 영원히 늙지 않는 삶을 살아가게 되지요. 그들은 샘물이 영생을 주는 물인지 까맣게 몰랐지만 주어진 운명을 나름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갑니다. 

서덕출문학상은 제게 신비로운 샘물과도 같았습니다. 망설임 없이 덥석 마셔버린 한 모금의 생명수, 그 힘은 트리갭의 샘물만큼 대단했습니다.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나는지 날아오르는 듯, 자신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서툰 새의 날갯짓을 했던 것 같습니다. 맘껏 즐기라는 존경하는 선생님들의 말씀이 보태질 때마다 서툰 날갯짓은 에너지를 얻고는 했습니다. 돌아보니 허세도 많이 부렸습니다. 행운의 기를 나눠준다고 힘찬 포옹을 많이도 나눴지요. 오만하였고, 부끄러운 순간들입니다. 그 시간에 대하여 변명을 하자면, 저는 땅에 발을 딛고 있지 않았으니, 하늘 날 듯 날고 있었으니 혹, 볼썽사나웠더라도 이해해 주셨을 거라 믿습니다. 

상 받는 일이 사람을 얼마나 기운 나게 하는 일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상에 대한 욕심이 필요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 기운이 서덕출 시인으로부터 오는 듯 신비로웠기 때문입니다. 제가 서덕출 시인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아이들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말과 집에서 죄를 짓듯 나누는 대화가 다른 이유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그러다 자신의 나라를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언어가 다름의 의미를 알게 되었을 때의 아득함은, 언어를 지키고자 수많은 사람들이 애쓴다는 사실을 알고는, 나라를 되찾으려는 기운들이 분화구들처럼 솟아오르려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각각 어떠했을까요. 

역사교육이 부족한 시대를 살아온 제게는 남의 나라 역사를 읽는 듯 새로웠고, 우리 역사임을 알기에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문학하기'는 자신이 이겨내야 하는 보이지 않는 대상과의 싸움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의 동시가 더 귀하게 다가왔습니다. 

고통스런 날들을 견뎌내며 겨레의 언어로 노래한 굳센 기운이 스며있을 거라 생각하니까요. 서덕출 시인은 몸마저도 자유롭지 않았다지요. 시인에게 시간의 수레바퀴는 누구보다 힘차게 돌려야할 운명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겨레가 그러했듯 말이지요. 시인이 빚은 시를 읽으며 아이들도 어른들도 겨레의 봄을 그려볼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의 맑은 동심결이 보다 놀랍고 보다 눈물겹게 다가옵니다. 

서덕출 시인의 삶과 문학정신을 조명하고 아동문학가들을 격려하는 전통을 지닌 서덕출문학상과 다채로운 기념사업을 펼치는 울산 사람들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서덕출문학상은 지역을 벗어나 우리나라 곳곳의 아동문학인들을 아우르며, 소외된 장르로 여겨지는 길 묵묵히 걷는 수상자들에게 달고도 힘찬 샘물입니다. 

올 수상자 이묘신 시인께도 그 힘이 전해졌으리라 믿습니다. 진심으로 축하인사 전합니다. 지금쯤 이묘신 시인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나 축하의 비행을 즐길 시간이군요. 마음껏 기뻐하시고, 마음껏 영광을 즐기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어느 순간인지 알 수 없지만 저의 서툰 날갯짓은 차분히 가라앉았고, 날개도 슬며시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힘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제 안에서 고요히 흐르고 있음을 느낍니다. 

소중한 서덕출 시인 유족께 감사드리며, 건강을 기원합니다. 울산의 문학인들과 울산신문에도 깊은 인사 전합니다. 귀한 지면에 몇 글자 적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