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공사판 학교로 개교한 뒤 무더기 민원과 학부모 항의에 시달렸던 북구 고헌초등학교 사태가 제2송정유치원 신설 현장에서 재현되고 있다. 

고헌초 개교 차질을 초래했던 시공사가 제2송정유치원의 공사를 따낸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이 건설사는 고헌초를 지을 당시 타 지역에서 임금체불로 인한 소송에 휘말린 상태였고 결국 채권압류 통보를 받았다. 

교육청은 공사금액을 법원에 공탁했고, 공사대금은 채권자들에게 지급됐다. 자금 회전이 어려워진 업체는 60일이 넘는 개교지연을 초래했고 학생들은 급식실도 없이 먼지가 폴폴 날리는 교실에서 진동과 소음을 견디며 학사일정을 소화했다.

학부모들은 화가 치밀었고 이 바람에 폭발적인 민원에 시달렸던 교육청도 다시는 공사판 개교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고헌초의 시공사가 버젓이 제2송정유치원의 공사를 따내는 것을 교육청은 막지 못했고 또 다시 개교지연의 악몽 앞에 서게 됐다. 공사업체의 재정부실로 인해 개교가 지연됐거나 차질이 예상되고 있는 사례는 최근 3년간 무려 5건에 이른다. 

모두가 부실업체의 자금 '돌려막기' 관행 때문이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채무를 다른 현장의 대금으로 갚고, 여기서 발생한 자금 공백은 또 다른 현장에서 채워넣는 방식은 이미 업계에서는 널리 통용되고 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이들 업체를 필터링해야하는데, 그동안 발주주체인 교육청은 이를 제지하지 못했다. 재정부실 여부는 업체선정상 결격사유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개교차질을 참다 못한 울산교육청이 학교공사는 압류대상에서 빼달라며 법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재정부실업체는 아예 입찰 과정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감점처리 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물론, 경기가 이만큼 어려운데 빚 없는 건설업체가 과연 몇 곳이나 되겠느나는 반문에도 일정 부분 공감은 간다. 다만 교육현장이라는 것을 전제로 놓고 볼때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것도 분명하다. 교육당국은 우리사회의 마지막 성역이어야 할 학교마저 공사업체의 빚담보로 넘어가는 현실을 굳이 아이들에게까지 인식시킬 자신이 있는지 부터 짚어봐야할 것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