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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사고를 내 다쳤더라도 부상 후유증에 대한 예견이나 고의성이 없었다면, 국민건강보험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 행정1부(강경숙 부장판사)는 A(20) 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급여제한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A 씨 청구를 인용하는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일 밝혔다.

울산 남구에 사는 A 씨는 미성년자이던 지난 2016년 7월 집에서 학교 보충수업에 이틀간 결석한 문제로 어머니 B 씨와 말다툼을 하던 중 화를 내며 B 씨를 방 밖으로 밀어냈다. 이에 누나인 C 씨가 A 씨를 나무라자 몸싸움을 벌였고, 홧김에 방 출입 유리문을 발로 차 깨진 유리에 왼쪽 다리 부분을 크게 다쳤다.

A씨는 병원으로 후송돼 엉덩이와 대퇴부 등에 유리 파편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다발성 신경손상 등으로 다리 감각이 저하되는 등 2017년 1월 말까지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치료비 중 1,800만 원은 국민보험공단이 요양급여로 지급했다.

이후 A 씨 부상 경위를 알게 된 공단은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에 해당한다며 A 씨에게 지급한 요양급여를 부당이득금으로 판단, 환수 조치했다.  A 씨의 어머니가 건강보험 이의신청위원회에 이의 신청을 했지만, 위원회는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로 판단해 신청을 기각했다.

A 씨는 이후 발목 강직과 감각 저하 등 후유증을 치료하려고 건강보험으로 진료받기를 요청했으나, 공단은 여전히 보험급여 제한 결정을 내렸다. 이에 A 씨는 "유리문을 발로 걷어차는 행위를 할 당시 신경 손상과 그 후유증을 입게 될 것까지 예견·용인하는 등 고의가 없었다"면서 "따라서 공단은 보험급여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A 씨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급여제한 사유로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에 명시된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킨 때'는 그 원인이 되는 행위를 할 당시 통상적으로 발생할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행위자가 이를 예견·인식할 수 있었던 것에 한정된다고 해석해야 한다"면서 "원고가 유리문을 걷어차는 행위를 할 당시 신경 손상을 입게 될 것까지 예견하거나 인식하지는 못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  전우수기자 usj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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