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인이법, 한음이법, 태호유찬이법, 하준이법, 그리고 민식이법. 모두 이 사회가 지켜주지 못하고 떠나 보낸 아이들의 이름을 딴 법안들이다.

이름 하나하나에 담긴 사연을 모두 살펴보면 어른으로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마음이 시리다.

하지만 이들 법안 모두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주기 위해 필요한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회에 모두 처리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렇게 잠자는 법안들을 보며 얼마 전 SNS에서 본 동영상이 떠올랐다.
노란 스쿨버스가 정차하자 주변을 지나던 차량들이 모두 제자리에 멈춰 섰다.

미국과 캐나다 교통법규의 경우 스쿨버스가 아이들을 내리거나 태우기 위해 멈춰 설 경우 스쿨버스와 마주보고 주행하든, 뒤따라 주행하든 상관없이 무조건 멈춰야 한다고 한다.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어른들이 사회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고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5년간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는 2,400여건이며 지난해 교통사고로 사망한 어린이는 34명에 이른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입이 닳도록 하는 말이 항상 차 조심하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교통사고가 과연 아이들의 부주의와 보행습관이 잘못되어서일까? 놀랍게도 아이들의 교통사고 대부분은 어른들의 잘못 때문이다.

2015년 경기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어린이 교통사고의 대부분은 어른들의 잘못된 운전관행과 교통법규 위반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교통안전시설을 설치하도록 되어있으나 유지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기능을 상실하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울주군이 울산시교육청, 울주경찰서와 함께 전국 최초로 '어린이 우선의 안전한 보행 환경개선 업무 협약식'을 맺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울주군은 '아이 키우기 좋은 울주'라는 군정 철학에 맞게 전체 유치원 47개소, 초등학교 33개소 등 80개소에 16억4,400만원을 반영해 어린이 보호구역(보행자 자동인식시스템, 노란신호등, 버튼신호), 학교길 개선사업, 보행자 바닥신호등 등을 개선할 예정이다.

더불어 시교육청은 정기적인 교통 안전교육과 더불어 어린이 안전통학로의 질서계도와 홍보 활동을 하고 울주 경찰서는 교통환경개선이 필요한 지점에 행정지원과 정보·시설 이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아이들이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유권자가 아닌 아이들의 안전문제는 언제나 정치권이나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에서 후순위로 밀리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번 협약은 어른들이 나서서 아이들이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다. 더불어 대통령과의 대화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변화를 이끈 민식이법처럼 꾸준히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협약이 교통안전시설개선 사업과 더불어 어른들의 잘못된 운전관행과 교통법규 위반으로 발생되는 부주의한 사고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