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삶이 애달파도 살아 달라" 생 마감하려던 청년들 울린 위로
"앞으로 삶이 애달파도 살아 달라" 생 마감하려던 청년들 울린 위로
  • 전우수
  • 승인 2019.12.08 23:00
  • 기사입력 2019.12.08 2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지방법원 박주영 부장판사
자살방조미수혐의 집유선고 후
준비한 편지 읽으며 2명에 당부
책 2권·차비 등 20만원 건네기도

울산지법의 한 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 미수에 그친 뒤 피고인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말아 달라"는 당부와 함께 책을 선물해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울산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박주영 부장판사)는 최근 자살방조미수 혐의로 기소된 A(30)씨에게 징역 10개월과 집행유예 2년, B(36)씨에게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이들에게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 "확신컨대 지금보다 좋은 날 온다"
동반 자살 시도한 A 씨는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과 아버지의 무관심으로 어렵게 성장했다. 유일한 정신적 버팀목이었던 어머니마저 지병으로 사망하자 큰 충격을 받은 그는 동반자살을 결심하고 SNS를 통해 경제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B씨와 C씨를 알게 됐다.

마침내 지난 8월 10일 울산에 모여 한 여관방에서 헬륨가스를 마시고 자살을 실행에 옮겼지만 막상 죽음이 두려웠던 B씨가 A씨를 구하고 의식을 잃은 C씨는 구조됐다. 이후 A씨와 B씨는 서로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고, 특히 사람을 모으고 도구를 준비한 A씨는 주범으로 지목돼 구속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저를 부모로 여겼던 여동생에게 미안해서라도 용기를 내서 살겠다'는 반성문을 제출했고, A씨 여동생도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행복해서 오빠를 돌아보지 못했다. 이제 오빠를 지켜주고 싶다'는 탄원서를 냈다.

이날 선고 이후 박주영 부장판사는 따로 준비해온 종이를 꺼내 '피고인들에게 전하는 간곡한 당부 말씀'이라며 읽어 내려갔다.

# "여러분의 이야기가 아름답길 기원" 
박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의 이제까지 삶과 죄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전 형의 선고로 모두 끝났지만, 이후 이야기는 여러분이 각자 써 내려가야 한다"면서 "그 남은 이야기가 아름답고 감동적이기를 기원하며, 설령 앞으로의 이야기가 애달프다 해도 절대 도중에 끝나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박 부장판사는 "외람되게도 여러분의 이번 판단이 착각이고 오해라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확신컨대 지금보다 좋은 날이 분명히 올 것이고, 아직 오지 않은 날을 누릴 생각을 해달라"면서 "여러분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결과를 막을 수 있다면 강제로라도 구금해야 하는 것 아닌지 깊이 고민했다. 다행히 삶의 의지를 되찾았다는 긍정적 징후를 엿볼 수 있었고, 이 결정이 잘못된 판단이 아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 부장판사는 마지막으로 피고인들에게 각각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이 담긴 책 두 권(팔과 다리의 가격(장강명 저),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오히라 미쓰요 변호사 저)을 이들에게 한 권씩 선물하고 여동생 집까지 갈 차비마저 넉넉지 않았던 A씨에게는 "밥 든든히 먹고, 어린 조카 선물이라도 사라"며 20만 원을 건네기도 했다.

따뜻한 격려와 책을 받아든 두 피고인과 이를 지켜 본 방청객 모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전우수기자 usjws@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