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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울산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다. 바로 신고리 3·4호기 준공식이다. 기존 원자력발전보다 수명을 20년 늘려 60년간 운영이 가능하고, 규모 7.0 지진에도 견디도록 설계한 신형 원전 2기의 준공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신고리 3호기는 지난 2016년 12월 제3세대 가압경수로형 원전으로는 세계 최초로 상업운전을 시작했으며, 신고리 4호기도 지난 2월 운영허가를 취득한 후 시운전을 무사히 마치고 8월 29일부터 상업운전에 착수했다. 신고리 3·4호기는 기존 100만㎾급 원전에 비해 안전성·경제성·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발전용량은 140만㎾급으로 종전보다 40% 늘렸고, 설계 수명은 60년으로 종전 40년 대비 50% 높아졌다. 

무엇보다 내진성능을 개선해 규모 7.0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유사한 사고에 대비해 해일 피해에 따른 방수문도 설치했다. 혹시 모를 중대 사고에 대비해 원자로건물 보호를 위한 무전원 수소제거설비와 이동형 발전기 설치도 완료했다. 같은 노형으로 건설 중인 원전은 시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건설 재개를 결정했던 신고리 5·6호기와 우리나라가 최초로 수출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1~4호기, 2021년 준공 예정인 신한울 1·2호기 등이 있다.

이번에 준공한 신고리 3·4호기 전체 사업비는 약 7조5,000억 원으로 인천공항(6조2,000억 원) 건설비용보다 1조3,000억 원 더 많다. 300여 개 중소협력업체와 연인원 420만 명이 건설에 참여하는 등 동원된 인력과 자재도 역대 최대 규모다. 

한수원은 "신고리 3·4호기가 연간 208억kWh의 전력을 생산함에 따라 국내 발전량(5,699억kWh)의 3.7%에 해당하는 전력량을 추가로 확보했고, 부산·울산·경남지역 전력 소비량의 약 23%를 감당하는 등 국가 전력기반 강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신고리 3·4호기 준공이 무엇보다 한국형원전의 해외 수출가능성을 높였다는 데 있다. 지난해 8월 기준 전 세계적으로 신규원전 건설을 계획 중인 국가는 22개국 약 152기다. 정부는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 자체 건설 및 공급이 가능한 국가를 제외하고 2030년까지 전 세계 약 60기(330조 수준)의 신규원전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 총 20조 원 규모(원전 2기, 2.8GW 용량)의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예비사업자로 선정, 미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4개국과 수주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우디는 장기적으로 원전 10기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체코와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최근엔 폴란드 정부와도 한국형원전 수출을 타진 중이다. 폴란드 정부는 탄소배출 감축 및 국가 에너지안보 확보를 위해 신규원전 6기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주말 준공식에는 이같은 관심 때문인지 UAE, 영국, 미국, 체코, 핀란드, 카자흐스탄 등 10여 개국의 원전 관련사 CEO 및 주요 원전 도입국 대사 등이 몰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다. 원전수출을 외치면서도 국내 사정은 탈원전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탈원전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세계 주요 원전 국가들은 원전 확대에 열을 오리고 있다. 원전을 속속 재가동하기 시작한 일본은 경제산업성과 대기업, 원자로 제조사 등 민관 공동으로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 나섰다는 소식도 있다. 미국은 어떤가. 탈원전의 목소리는 줄어들고 오히려 첨단 원자력 연구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만 탈원전을 외치는 것이 바른 방향인지 생각해볼 시점이다. 

문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2030년 전력요금이 2017년 대비 25.8% 오르고, 2040년에는 33.0%까지 인상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는 현실이라는 점이다. 이 주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발간한 '탈원전 정책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나왔다. 

보고서는 2년 전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8차 기본계획으로 전환한 것을 정부의탈원전 정책으로 정의하고, 현재 논란이 되는 균등화발전비용(LCOE·사회적 환경적 비용을 포함한 전력생산 비용)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전력요금은 2017년과 비교해 2020년에 5.0% 오르고, 2030년에는 25.8%, 2040년에는 33.0% 인상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총생산(GDP)도 2020∼2030년 연평균 0.63% 떨어지고, 2020∼2040년 연평균 1.26%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분명하지만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언제까지 잘못된 정보와 판단으로 국책사업을 정치에 이용할 것인지 정부는 답해야 한다. 더 이상 탈원전을 방치하면 연구인력과 인프라를 모두 잃는다.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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