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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이 온다'는 김개미 시인의 동시집입니다. 좀 못생겼으면 어때/ 가끔은 귀여울 때도 있는데/ 좀 멍해 보이면 어때/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나기도 하는데/ 좀 만만해 보이면 어때/ 진짜로 만만하지는 않은데/ 좀 게으르면 어때/ 중요한 건 다 하는데/ 좀 지저분 하면 어때/ 세수는 매일 하는데/ 좀 혼자면 어때/ 생각할 시간이 많은데/ 좀……./좀……./ 좀……./ 좀이 많으면 어때/ 다 쓸데가 있는데.
시인이 말하는 진짜 어린아이는 어떤 아이일까요? 진짜 어린아이를 통해 시인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요?

이런 날은 평생 안 올지 모른다

티나가 나무 뒤에서 오줌을 눈다
누가 오면 알려 달란다

발로 바닥을 긁고 있는데
내 앞으로 오줌이 온다
흙과 먼지를 잔뜩 싣고
길 아래로 빠르게 흘러간다

참새들이 전깃줄에 줄을 서 있다
하늘에 토끼 구름이 쾅, 찍혀 있다

나 이제 티나랑 사귀게 되나?
세상아, 이대로 멈춰라

세상이 멈추었으면 하는 순간, 진짜 어린아이는 그 순간을 발견했나 봅니다. 그리고는 '세상아, 이대로 멈춰라'고 말합니다. 시인은 내면의 숨겨 두었던 아이를 불러내 속마음을 말합니다. 참새들이 전깃줄에 내려다보는 것이 꼭 증인이 된 것 같습니다.
하늘에 토끼 구름이 쾅 도장을 찍어줬으니 이제 티나와 사귀게 되는 일만 남았습니다. 어색하게 꾸민 구석 없이 어린아이의 마음이 꼭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습니다.

장염 걸린 날

오늘은 진짜
걸어가기 싫다
더운 것도 싫고
신호등 기다리는 것도 싫다

하늘에서
커다란 인형 집게가 내려와서
나를 콕 집어
우리 집에  내려놨으면 좋겠다

오늘은 진짜
가방 들기 싫다
책가방도 싫고
실내화 가방도 싫다

복도에
무빙워커가 생겨서
나랑 내 가방을
우리 집에 갖다줬으면 좋겠다
 

아동문학가 권도형
아동문학가 권도형

장염 걸린 날 축 처진 어깨가 무빙워커에 매달려 돌돌돌 집까지 가는 생각만 해도 재밌습니다. 출근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 모습은 물론 진짜 어린아이도 무빙워커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시를 읽다 보면 지금의 내 모습에서 순수한 어린아이를 만납니다. 우리가 끝까지 놓지 않아야 할 동심을 만납니다. 아동문학가 권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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