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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클래스급 골로 화제의 중심이 된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적인 행동을 한 영국의 10대 소년 팬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영국 BBC 방송 인터넷판은 "13세 번리 팬이 지난 주말 경기에서 인종차별적 몸짓을 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다"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이 소년은 지난 8일 토트넘과 번리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관전하던 중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이 장면을 본 토트넘 구단 관계자가 곧바로 소년을 경기장 밖으로 쫓아냈다.

이번 시즌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은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달 11월 4일 구디슨 파크에서 손흥민이 퇴장 당했을 때 한 에버턴 팬이 인종차별의 의미를 담아 눈을 찢는 '아시안 제스처'를 했다. '더 선'을 포함한 영국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뒤, 에버턴 구단은 팬을 비난하며 인종차별에 대해 "우리 경기장과 우리 클럽, 우리 지역사회, 축구에서 설 자리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에도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은 있었다. 지난해 10월 웨스트햄과 경기를 마친 뒤 한 팬은 손흥민에게 "DVD를 구해줄 수 있느냐"고 발언했다. 영국에서 아시아 이민자들이 DVD를 불법으로 판매한다는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이 팬이 184 파운드(약 28만 원) 벌금을 물었다. 

축구경기에서 인종차별은 자주 등장한다. 지난 10월 불가리아 소피아의 스타디온 바실레브스키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불가리아의 유로 2020예선 경기에서 불가리아 팬들이 인종차별 행위를 저질렀다. 잉글랜드의 흑인 선수들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일삼았고, 이로 인해 경기가 두 번이나 중단됐다. 영국 선수들과 언론의 분노는 컸고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유럽축구연맹(UEFA)에 불가리아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인종차별에 대한 거부감은 확산하고 있지만 인종차별 자체도 더 증가하는 이상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유엔에서는 매년 3월21일을 국제 인종 차별 철폐의 날로 정해 놓고 있다. 이 날은 1960년 3월 21일에 남아프리카 공화국 샤프빌(Sharpeville)에서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에 반대하며 평화적 집회를 벌이다 경찰의 발포에 의해 69명의 시민들이 희생되었던 사건으로부터 유래됐다.

최근에 일어난 가장 주목받는 인종차별 사례도 축구경기에서 나왔다. 지난 8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미드필더 프레드는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와의 원정경기에서 연거푸 모욕을 당했다. 코너킥을 차려는 그에게 맨시티 팬은 원숭이 소리를 내며 조롱했고 어디선가 라이터까지 날아왔다. 성난 얼굴을 한 동료 린가드가 프레드를 감싸안으며 위로했지만 프레드의 고통은 단지 라이터에 맞은 외상만은 아니었다. 안정을 되찾은 프레드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는 아직 어두운 면이 있다. 지금은 2019년이다. 피부색, 머리카락, 성별에 관계없이 우리 모두 같은 사람"이라고 호소했다. 

유엔이 인종차별 철폐의 날까지 정해 놓고 있지만 지구상에서 인종차별이 끊이지 않는 것은 백인우월주의가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종에 생물학적 우열을 가정해 차별적 의도로 쓰는 행위는 과학적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사실은 이미 1950년대엔 증명됐다. 인간은 그만큼 이기적 유전인자를 가진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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