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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인 덴마크 로열 오케스트라와 선우예권의 공연이 열렸다.

독창적이고 고상한 음색으로 유명한 이 오케스트라가 16~18세기에 제작된 악기들을 그대로 가져와 연주한다니 그 음색이 매우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한국에서 덴마크 작곡가 닐센의 헬리오스 서곡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희박하다.
헬리오스는 그리스 신화의 태양신을 가리키는데 처음 콘트라베이스의 낮은 g음이 길게 깔리고 그 위에 호른이, 현악과 목관악기들이 차례로 쌓이면서 아침의 서광이 점차 퍼져 나가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중간에 눈부신 태양의 기백을 알리는 트럼펫의 합주가 압권이다. 이후 현악기의 선율을 들으며 덴마크 로열 오케스트라의 Royal이란 언어가 어울리는 현의 색채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에는 전차가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듯 콘트라베이스의 낮은 c음으로 여운을 남기며 곡을 마쳤다.

이날 관객은 전부 선우예권의 팬클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할 만큼 그의 등장만으로도 관객은 술렁였고, 두 손 모아 경청하는 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은 대중에게도 친숙한 만큼 여러 유수의 피아니스트들의 해석이나 테크닉도 다양한 것 같다. 나는 특히 1악장 시작에서 화성이 하나씩 쌓일 때 마다 피아니스트가 건반을 터치하는 모습에서 울림과 강도를 느낄 때 그가 얼마나 그 코드를 세심하게 들려주고 싶어 하는지가 보여서 그의 섬세한 해석력에 처음부터 감동했다.

어느 악기든 성악이든 피아노를 잘 표현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인데 이날 피아니스트와 오케스트라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피아노를 들려주었다. 라흐마니노프 곡을 마치고 청중의 뜨거운 호응에 선우예권은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중 6월의 뱃노래로 차분하면서도 부드러움과 고독의 감성을 일으키게 하는 앵콜곡을 들려주었다.
선우예권의 손길과 호흡, 표정과 음악을 표현하는 모든 것에 관객이 매료됐던 무대였다.
청중에게 한 폭의 그림을 선사한 덴마크 로열 오케스트라-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은 원래 피아노곡으로 작곡됐었는데 우리에게 친숙한 것은 라벨이 관현악으로 편곡한 버전이다.


처음과 곡 사이사이에 나오는 '프롬나드'는 전시회에서 한 작품씩 발걸음을 옮기며 감상하는 것처럼 곡 중간에 테마는 같지만 처음 곡엔 금관, 세 번째 곡은 목관으로 나타내는 등 그림 한 작품 한 작품 듣고 보이는 재미가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빅토르 하르트만의 그림 작품을 직접 찾아보며 다시 음악을 연상해보니 더 음악이 와 닿는 느낌이었다.

관객의 뜨거운 박수에 오케스트라는 세 번의 앵콜로 답했다. 그 중 두 번째 곡인 'Lumbye'의 'Champagner Galopp'은 한국인 관객의 호응을 얻기에 충분했다. 마림바 주자의 솔로에 주변 타악주자들이 쉿~하며 다이내믹을 조절하는 퍼포먼스와 첼로, 더블베이스 주자들이 악기를 360도 회전하는 퍼포먼스를 보여 아주 유쾌한 분위기로 연주를 마무리 지었다.

울산 공연은 이들의 한국 공연 마지막 무대였으며 울산 이전에 서울, 대전, 진주 등의 무대를 이미 마치고 온 터였다. 이날 객석도 여느 때 공연에 비해 많은 관객들이 함께했고 그들은 오케스트라를 향해 꽉 찬 환호를 보내왔지만 울산을 제외한 다른 세 곳의 공연이 모두 매진이었다는 소식을 들어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게 멋진 공연을 더 많은 관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아쉬움이다. 울산에서도 이날과 같이 음악의 감동이 마음으로 와 닿는 오케스트라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많아진다면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도 점차 더 늘어나리라 기대되는 공연이었다. 그 역할을 울산문화예술회관이 훌륭히 해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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