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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

김정희

어머니 젖줄 같은 샘이
옴팡지게도 퐁퐁 솟는
그 숲
썩은 떡갈나무 잎 위로
겁먹었나 도마뱀
툭 하고 미련 없이 꼬리 잘랐지

달이 낮잠 자다 깨더니
낯선 풍경에 멈추어 서서
주름진 과거 자르는 꼴을
모두 보았다지

두꺼운 상념
공허한 바람만 미친 듯이
불어대고
애꿎은 할미꽃잎도 덩달아
툭 하고 떨어진다

△김정희: 2016년 한국문학작가회 시등단, 한국문학작가회 정회원, 한국문인협회 경북지회 회원, 시와달빛문학작가협회 부회장, 한국문학작가회 대구경북지회장. 공저 '심상의 지느러미' '푸르름 한을 그리다' '눈물만큼 작은 하늘' '꾼과 쟁이' '창작과 의식' '칠곡문학' 외 다수.
 

박진한 시인
박진한 시인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늙어간다기보다 완숙해진다며 애써 위로를 합니다. 시간은 정말 흐르는 것일까요? 물리학자들에 의하면 시간은 그냥 있으며 시공간이 휘어지면 과거의 여행은 불가능하지만, 미래의 여행은 가능하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우리가 시를 좋아하는 것은 독자의 해석에 따라 다의적으로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이 시는 중의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또 시는 자연의 우아미보다 숨은 것이 큰 비장미가 돋보이는 것 같아, 한 마리 도마뱀으로 숲속에서 현실과 과거를 들락거리며,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시간여행을 해보겠습니다.


첫 연에서 "어머니 젖줄 같은……. 그 숲" 분명 어린 시절 고향의 그리움에 이미 떠나보낸 고향. 지금에서 보면 자신이 도마뱀으로 미련 없이 그 꼬리를 자르고 현실의  삶에 묻혀 어느새 시간의 무게로 돌아보니 주름진 낯선 풍경에 무거운 마음속에 떠오르는 나이 먹은 어린 생각들, 현실에서 과거를 사는 오버랩 화면으로 시인의 부끄러운 모습을 지우고자 하지만 내려다보는 달이 있다는 것에 재미를 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픈 곳에 무게를 둡니다.
허무함만이 외로운 바람으로 내 곁에 머물러 애꿎은 현실만 손을 잡지 못하고 내던지고 달려가고픈 곳, 삶은 이치나 도리에 다 적응하지 못하고 할미꽃 봉오리 떨어지듯 포기가 아닌 자포자기하듯, 마침 일 년을 하루처럼 흘려보냈구나, 나는 어디서 온 누구인가? 물음에 또 물음표만 남았습니다.
박진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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