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의 언필모잡] 우리나라 최초 캐럴
[김진영의 언필모잡] 우리나라 최초 캐럴
  • 울산신문
  • 승인 2019.12.19 23:00
  • 기사입력 2019.12.1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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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이사겸 편집국장

한동안 사라졌던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그동안 공개 장소에서 음원 공개를 허가하지 않았던 캐럴 14곡에 대해 저작권료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 때문에 올해 겨울에는 백화점과 쇼핑센터를 비롯해 대형마트, 호텔 등에서 캐럴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허용 조건은 50㎡(약 15평) 이상의 커피전문점과 생맥주전문점, 체력단련장 등에서도 무료로 공개된 캐럴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참고로 이번에 무료로 배포된 캐럴은 '징글벨'과 '기쁘다 구주 오셨네' 등 시민들에게 친숙한 곡들로, 해당 음원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운영하는 홈페이지 '공유마당'을 통해서 무료로 받을 수 있다.

한 때 캐럴은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유통되는 특별한 음원이었다. 무엇보다 고전 캐럴은 저작권이 없어 아무나 틀었고 어디서나 들렸다. 연예인들도 과거에는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캐럴을 취입해 12월 한 달 동안 수만 장의 음반을 팔기도 했다. 대표적인 캐럴 음반은 심형래의 코믹 캐럴음반이었다. 하지만 저작권이 강화되고 음반 미디어가 디지털 음원으로 대체된 후 캐럴 음반에 대한 수요가 실종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946년 6월에 관공서 복무규정이 제정되면서 크리스마스이브는 법정 공휴일이 됐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서는 통행금지 해제가 필요했다. 1953년 휴전이 되면서 크리스마스이브에 한해 야간 통행금지를 해제했다. 그때부터 크리스마스이브의 풍경이 새롭게 펼쳐졌다. 서울 종로와 명동 거리는 젊은이들로 넘쳐나기 시작했고 자유분방의 상징처럼 캐럴이 흘러넘쳤다. 무엇보다 이날은 공식적으로 밤새워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놀 수 있었기 때문에 크리스마스이브는 젊은이들의 해방구였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구한말에 유입된 국내 기독교 역사와 함께하는 노래다. 일제 강점기인 1933년에는 한복을 입고 찬송가를 부르는 국내 최초의 크리스마스 씰이 발행됐다. 알다시피 크리스마스 씰은 빈민구제나 복지를 위한 기금마련이 목적이었다. 기독교계에서 시작된 이 같은 움직임이 홍보의 극대화로 이어지면서 등장한 것이 캐럴이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캐럴은 대중음악의 한 장르라기보다는 찬송가 개념이 강했다.

우리나라 가수 가운데 최초로 캐럴 음반을 발표한 가수는 놀랍게도 현해탄에서 생을 마감한  윤심덕이다. 유부남 애인과의 동반자살로 폐쇄적인 조선사회를 뒤흔든 그녀는 1926년 10월에 일동축음기를 통해 캐럴 음반 2장을 발매했다. '파우스트노엘'과 '싼타크로쓰'가 바로 그 음반에 실려 있다. 기록으로는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로 윤심덕의 캐럴은 그동안 실체 확인이 불가능했다. '싼타크로쓰'는 제목만 봐도 캐럴송으로 짐작이 가능해 최초의 캐럴으로 인식됐지만, 음반 번호가 앞선 '파우스트노엘'은 뒷면에 수록된 '푸른 갈릴리'와 함께 찬송가로 추측됐다. 하지만 '파우스트'가 영어 'First'의 1920년대 일본식 발음이란 사실이 확인되면서 캐럴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녹음된 '파우스트노엘'은 윤심덕의 동생 윤성덕이 피아노 반주를 맡고, 한국어로 번안한 가사를 윤심덕이 청아한 성악 창법으로 노래했다. 이 곡이 실린 음반은 2015년 12월 27일 방영된 KBS 1TV '진품명품'에서 1,000만 원이라는 고액 감정가로 화제가 됐다. 이사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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