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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글쓰기와 논술을 지도하며 하루 종일 아이들과 생활하는 김진숙 시인의 시를 읽으면 누구나 어린 시절이 떠오를 것입니다. 어딜 가나 꼭 한명쯤은 있는 기발한 생각을 하는 사고뭉치이야기, 숙제 빨리 끝내고 놀 생각에 아무렇게나 글자 쓰면 "글자가 날아간다" 하는 엄마의 잔소리, 쉬는 시간 짝꿍이랑 땡꼬 맞기 가위바위보 하다가 대낮에 별 본 이야기, 자꾸만 숨어버리는 지우개 찾아 숨바꼭질 하는 이야기 등 시인의 시를 읽으면 아이들의 마음을 정말 잘 표현하고 있어요. 그 중에 두 편을 소개합니다.

고릴라

내 가슴 어딘가에
고릴라가 사나 봐

발표할 때
시험 칠 때
앞에 나가 노래 부를 때

이럴 때마다
녀석이 나타나서
쿵쿵거리거든

엄마한테 거짓말할 땐
이 녀석 때문에
말까지 더듬는다니까

다른 사람 앞에 나가서 발표하거나, 거짓말 할 때 쿵쿵 울리는 가슴에 고릴라가 살고 있다는 기발한 표현. 역시 아이들의 마음을 딱 알아주네요. '잘 할 수 있어. 괜찮을 거야'라고 다짐하지만 가슴 어딘가 숨어 있던 눈치 없는 고릴라가 나타나 떨리게 만들고 말까지 더듬게 만들지요.

오늘만 져 준다

저녁 먹고 숙제를 하는데
침대가 꼬드긴다

-심심해
이리 와서 좀 누워 봐

못들은 척 숙제를 하는데
자꾸 당긴다

-거기서 졸지 말고 이리 와
머리를 흔들어 보지만
자꾸 끌려간다

-푹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해

 

아동문학가 조영남
아동문학가 조영남

학교 갔다 학원 갔다 돌아온 아이는 쉬고 싶겠죠. 그런데 숙제 하려니 얼마나 피곤하겠어요. 그래서 침대 핑계를 대며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숙제 하려는 모습이 참 귀엽습니다. 못 이기는 척 "오늘만 져 준다"며 말하는 작가. 아이의 마음을 너무도 잘 아는 동시를 함께 읽으면 아이는 "내 이야기다" 할 것입니다. 또 어른들은 "나도 그 땐 그랬어" 하고 공감할 것입니다.  아동문학가 조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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