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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물류회사인 CJ 대한통운이 터키 고대 도시 하산케이프(Hasankeyf)의 유적 23개를 3년에 걸쳐 안전한 장소로 옮겼다. 이번에 이전한 유적의 무게는 모두 1만2063t에 이른다. 이들 유적은 터키 남동부 바트만주(州)에서 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다. 이번에 최종 이전이 오나료된 고대 유적은 지난 2017년 5월부터 작업이 시작됐다. 이른바 '하산케이프 프로젝트'로 명명된 이 대이전 공사는 물류부분에서 중동국가에 두터운 신임을 쌓은 한국의 물류회사인 CJ 대한통운이 맡았다. 

이전을 마친 고대유적은 터키 티그리스강 인근 절벽에 있는 하산케이프에 있던 문화유산이다. 이 지역은 1만2000년 역사를 가진 마을이다. 수메르 문명, 로마·오스만제국의 유적이 가득한 이곳은 터키 정부가 추진해 온 일리수(Ilisu)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했다. CJ ICM은 하산케이프 유적을 4.7㎞ 떨어진 문화 공원으로 옮기는 이송 프로젝트를 맡았다. 이번 이전에는 유적 훼손을 최소화하는 '무해체 통운송' 기술이 동원됐다. 

대상 유적은 모두가 세계문화유산급이다. 15세기 오스만과 벌인 전투에서 사망한 백양 왕조 통치자의 아들 제이넬 베이 무덤(1150t), 800년 된 아르투클루 목욕탕(1500t), 600년 된 키즐라 모스크(2350t)와 엘 리스크 모스크(1700t) 등으로 이를 운송하는데는 엄청난 기술력이 동원됐다. 세월호 육상운동에 사용된 것과 유사한 바퀴가 수백 개 달린 플랫폼 '모듈 트랜스포터'가 무려 88대나 동원됐고 대부분이 원형 그대로 옮겨졌다. 이전을 위해 특수 도로를 건설했고 1500t 목욕탕을 3㎞ 움직이는 데 9시간이 걸리는 초저속 운송 방법을 사용했다. 

이번 운송 작전을 보면서 지난 2002년 있었던 나일프로젝트가 떠올랐다. 나일 프로젝트는 이집트가 나일강에 아스완 하이댐을 건설하면서 수몰 위기에 몰렸던 고대 사원과 유물들의 복원과 이전 사업을 일컫는 말이다. 이 대공사는 착공 40여년만에 완료됐다.

이집트 문화재 당국은 유네스코의 재정지원으로 1960년대 시작한 수몰지역 유적과 유물 복원.이전 사업을 마무리했다. 이 이전 사업으로 세계 최대 인공담수호인 나세르호(湖)의 칼라브샤섬에서는 이집트 고대 왕조 유적의 걸작품으로 꼽히는 베이트 엘-왈리 사원이 마침내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섬전체에 조명시설을 갖춰 관광객들이 밤에도 사원을 볼수 있으며 나세르호에서 배를 타고 섬까지 갈수도 있다.

베이트 엘-왈리 사원은 BC 14세기부터 BC 13세기까지 이집트를 통치했던 '정복왕' 람세스 2세 시절에 건설됐다. 그러나 가말 압델 나세르 대통령 시절 나일강 홍수 통제와 전력 생산을 위해 아스완 하이댐 건설을 시작하면서 사원은 수몰위기에 몰렸다. 이때부터 유네스크와 독일의 지원으로 베이트 엘-왈리 사원과 함께 아메노피스2세와 투트모시스 3세의 18왕조 유물들을 칼라브샤섬으로 옮기는 대공사가 시작됐다. 수몰위기의 문화유산을 어떻게 보존하는가의 방법론을 일러준 이 공사는 원형보존을 고집하는 반구대암각화 문제에도 상당히 많은 시사점을 알려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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