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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에 또 우울한 통계가 나왔다. 주력산업 침체에 따른 일자리 감소로 촉발된 '탈(脫)울산'이 11월에도 계속됐다는 내용이다. 특히 올 10월 출생아와 사망자가 사상 최저와 최고점을 찍고 엇갈리면서 인구 자연증가분은 198명으로 자연증가율(0.01%)이 사실상 0%에 근접했다. 전국 주요 도시들처럼 산업도시 울산도 이미 인구절벽 시대에 들어섰음을 일깨우는 대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11월 국내인구 이동'과 '10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11월 한 달간 울산으로 이주해온 전입자 1만1,173명보다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 전출자가 더 많은 1만1,808명으로 집계됐다. 한 달간 순유출된 인구가 635명에 달했다는 뜻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872명이 순유출된 것에 비해서는 다소 줄었지만, 같은 광역시이면서 인구가 오히려 울산보다 많은 광주의 순유출(-493명)과 비교하면 월등히 많다는 점에서 탈울산의 심각성을 뒷받침했다. 때문에 울산의 11월 순이동률은 마이너스 0.7%로 대전(-1.3%), 대구(-1.0%)에 이어 순유출 전국 순위 3위를 기록했다.

언제부턴가 울산은 매력 없는 도시가 돼버렸다. 기업하기도, 사업하기도, 장사하기도 힘든 도시가 돼버렸다. 이는 곧바로 인구감소로 이어지고 출산율 감소로 드러나고 있다. 사람이 모이지 않는 도시, 젊은 층이 떠나는 도시는 미래가 없다. 

그 대표적인 현장을 울산 동구로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중구 혁신도시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울산 혁신도시는 이미 조성된 지 6년이 넘어선 울산의 새로운 미래였다. 하지만 지금 울산 혁신도시는 밤이면 어둠이 짙게 내려앉고 낮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사라진 유령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심각한 상황이다. 울산의 대부분 상권이 바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침체에다 투자 활성화의 동력을 잃은 자영업은 수년간 침체상태에 머물면서 상인들과 건물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울산이 이처럼 매력 없는 도시가 된 증거는 바로 인구 유출이다. 탈울산 행렬에다 저조한 출산율까지 가세하면서 울산의 인구가 4년 넘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규모 인구감소의 원인 된 현대중공업의 선박수주 실적이 차츰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협력업체의 대규모 추가 채용 등 고용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수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당분간 인구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도시의 인구가 매달 1,000명씩 줄어드는 것은 위기다. 문제는 울산의 경우 출산율 감소도 걱정이지만 나이를 불문하고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도 갈수록 늘고 있으니 걱정이다. 실제 경제활동이 왕성하지 않은 10대, 70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인구 순유출이 발생했다. 

통계청은 "인구 감소는 울산의 주력산업 부진으로 고용이 불안해지자 상대적으로 경기가 좋은 다른 지역으로 일자리를 구하러 이동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역 상공계에서는 역대 최악의 경기 부진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제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직과 탈울산이 앞으로 인구 감소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울산의 지난해 말 기준 베이비부머 세대는 전체 인구의 16%인 17만여 명으로, 이들의 자녀세대인 '에코세대'를 포함하면 전체 인구의 34.7%를 차지한다. 상당한 비중이다. 이들이 은퇴시기를 맞아 울산을 떠날 경우 인구가 현저히 감소할 것은 자명하다. 이들에 대한 대책은 곧바로 도시안정성과 직결된다. 도시의 고령화는 성장을 멈추고 쇠퇴한다는 의미다. 

울산시도 베이비부머 은퇴자 정착을 위한 정주여건 종합대책을 마련해 추진 중에 있다. 갈수록 증가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에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찾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그 정도의 대책으로는 안 될 상황이 벌어졌다. 

울산시도 이같은 심각성 때문에 내년도 행정의 지향점을 활력 있는 도시 만들기에 두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 구상도 내놓고 있다. 바로 △울산 청년 기(氣) 살리기 △울산형 산단안전망 구축 △도시재생 및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를 통한 골목경제 활성화 △수소소시 울산(수소로 움직이고 수소로 발전하는 수소사회) △한국인 게놈 빅데이터 기반 바이오헬스산업 육성 △산업수도 재도약을 위한 울산경제자유구역 지정 추진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로운 청명한 대기환경 조성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행복도시 조성 등이다.

이같은 방안들이 구체화될 때 울산에 다시 사람들이 모여들 수 있다는 신념으로 풀이된다. 도시는 사람이 자산이다. 사람이 모여들지 않고 떠나는 도시는 죽어가는 도시다. 누구나 찾아와 살고 싶은 도시, 노후를 가족들과 함께 보내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야 그 도시의 미래가 있다. 인구문제는 바로 일자리와 직결된다. 청년부터 베이비부머 세대까지 자신의 일을 찾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도시를 만들 때 울산의 인구문제는 잡을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총체적 대책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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