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태화강이 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돼 이제 문화도시 울산을 만들기 위한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됐다. 울산시민의 저력을 다시 보일 때다. 대가 없이 베푸는 친절한 울산시민으로 전국을 넘어 전 세계 관광객에 '친절한 명품도시 울산'을 각인시키자. 울산신문 자료사진
태화강이 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돼 이제 문화도시 울산을 만들기 위한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됐다. 울산시민의 저력을 다시 보일 때다. 대가 없이 베푸는 친절한 울산시민으로 전국을 넘어 전 세계 관광객에 '친절한 명품도시 울산'을 각인시키자. 울산신문 자료사진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으로 울산이 산업도시에서 나아가 문화와 관광·정원도시로의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7월 산림청은 울산 태화강 지방정원을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했다. 전남 순천만이 제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이후 4년 만에 탄생한 국가정원이다.

울산발전연구원은 태화강 국가정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향후 10년 동안 8,998억 원, 전국적으로 2조9,189억 원의 생산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면적이 83만5,452㎡로 울산 중구 태화동, 남구 무거동, 신정동 삼호지구에 걸쳐 조성됐다.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은 우리나라 생태환경사에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부활한 태화강의 역사는 우리나라 산업화 과정에서 강과 하천이 오염이 되고, 또 어떤 방식으로 생태환경을 회복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모델이다.
 
태화강의 중심엔 늘 울산시민이 있었다. 태화강은 1962년 울산공업지구 지정과 함께 산업화와 공업입국이라는 미명아래 번영했던 울산 이면에 부끄럽고 암울한 그늘이었다. 이런 환경을 만든 장본인도 울산사람이었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더 이상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죽음의 강으로 전락한 그 현장의 연출자도 울산시민이었다.

태화강 국가정원 전경.
태화강 국가정원 전경.

울산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는 태화강을 냄새나고 더러운 강으로 만든 주인공은 울산시민이었다. 1996년 태화강의 수질은 생물학적산소요구량 BOD가 11.3㎎/ℓ로 6등급 수준의 최악이었다. 산업폐수와 생활폐수가 걸러지지 않은 채 그대로 강으로 흘러들었다. 이런 죽음의 강을 다시 생명의 강으로 부활시킨 장본인도 역시 울산시민이다. 자연환경 회복의 중요성을 깨우치기 시작한 울산시민은 공해도시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2002년부터 민관합동으로 태화강 살리기 운동에 나섰다.
 
울산시는 강으로 직접 유입되던 생활하수를 분리하기 위해 하수처리장을 신설하고 하수관로를 정비하는 등 수질개선사업에 적극 나섰다. 태화강 상류의 축산 농가에는 폐수 저장을 위한 탱크가 설치됐다. 강바닥에 퇴적된 오염물질도 정기적으로 제거했다. 강력한 정책 덕에 태화강 수질은 점점 회복돼 2014년 기준 BOD가 1.5㎎/ℓ로 수질 1등급을 달성했다.
 
수질 개선은 생태환경 회복으로 이어졌다. 1급수에서만 산다는 연어와 은어가 돌아왔고, 2006년 8월에는 수달 서식 사실도 확인됐다. 시민들은 더불어 '태화들 지키기 운동'에 나섰다. 1994년 태화들 44만 2,000㎡ 가운데 18만 6,000만㎡이 주거지역으로 고시되면서 지금의 태화강 국가정원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위기에 있었다. 또 태화들과 십리대숲을 분리하는 태화강 하천정비기본계획 재정비 용역결과에 따라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이에 시민들은 태화들을 지키기 위해 직접 땅을 구입해 보자는 '태화들 한 평 시기 운동'을 펼쳤다. 시민 힘이 하나로 모이자 결국 2005년 울산시 '태화강 하천정비 기본계획 재정비안'이 건설교통부 중앙하천관리위 심의에 통과하면서 태화들은 하천구역으로 모두 편입됐다. 이로써 태화들을 포함한 하천구역 전체가 시민 친수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됐다.
 

태화강 국가정원 은하수길.
태화강 국가정원 은하수길.

태화들이 태화강 국가정원으로 탈바꿈하게 되게 된 것은 이 구역 모두를 자연녹지지역으로 지켰던 일련의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즉 이 땅이 하천구역으로 편입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정원 부지도 없었다는 얘기다.
 
태화강을 살리기 위해 울산시는 1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에 대한 반발도 있었으나 국가정원 지정의 토대이자 마중물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를 낳게 한다. 이렇듯 태화강 국가정원은 지난 20년 동안 일관성 있게 추진해온 행정당국의 정책과 깨끗하고 살기 좋은 정주환경을 제 손으로 가꾸고자 했던 시민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뤄낼 수 없었던 일이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죽음의 강'이라 불렸던 태화강을 맑고 깨끗하게 되살려낸 것에서 나아가 이제, 관광 및 정원 산업을 울산의 성장동력으로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매우 뜻이 깊다. 울산발전연구원이 지난해 '문화도시 울산을 만들기 위해 가장 소중한 자산은 무엇인가?'에 대해 울산시민 1,000명에게 물었다. 응답 결과 전체의 46.8%가 '태화강 국가정원'을 1위로 꼽았다.
 
태화강 국가정원이라는 생태스토리에 문화예술을 입힘으로써 생태와 문화가 융합된 새로운 태화강 브랜딩이 돼야 한다는 게 울산시민의 새로운 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울산시도 '시민의 꿈 태화강 만들기'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해 9월 1년여 동안 울산발전연구원이 울산시민과 전문가 등이 함께 만든 '태화강 비전 프로젝트', 일명 '시민의 꿈 태화강 만들기 계획'을 발표했다. 이 용역의 핵심은 태화강 국가정원을 중심으로 한 울산시의 도시 장기 발전 비전이다.
 
'태화강 비전 프로젝트'는 △녹색문화유산 태화강 △도시재생과 연계한 태화강 △생태정원 태화강 △놀고 싶은 태화강 △사통팔달의 길 태화강 등 5개 전략을 설정하고, 이를 실행하는 40개 세부사업을 담았다. '시민의 꿈 태화강 만들기 계획'은 올해부터 2040년까지 총 사업비 4,218억 원을 투입해 하나 둘 가시적인 결과로 나타날 예정이다.
 
전국이 태화강 국가정원에 주목하고 있다. 태화강 국가정원을 모델로 삼아 낙동강 하구를 국가정원으로 지정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울산의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각 지자체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고, 국가정원 지정 이후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태화강 국가정원이 울산의 새로운 먹거리이자 성장동력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이제, 시민 힘이 더욱 절실하다. 도시의 인상을 결정짓는 처음은 울산시민의 얼굴이고, 울산시민이 짓는 미소다. 친절은 도시를 명품으로 만드는 힘을 지녔다. 친절은 어려운 일을 수월하게 만들기도 하고 암담한 것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마력을 지녔다. 가장 소극적인 행동이면서도 가장 적극적인 행동이 친절이다.

친절은 어떠한 부작용도 없이 개인은 물론 도시의 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대가 없이 베푸는 친절의 힘은 은근하지만 끝없이 멀리 퍼져 나간다. 태화강 국가정원을 계기로 정원도시로 새롭게 거듭난 울산. 위기의 울산이지만 정원도시라는 새로운 먹거리로 재도약의 발판을 만들어 보자. 울산시민의 친절은 국가정원을 더욱 가치있게 할 수 있는 든든한 도시 경쟁력이다.         전우수기자 usjws@ulsanpress.net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