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내수·수출 균형 '산업체질' 개선부터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내수·수출 균형 '산업체질' 개선부터
  • 최성환
  • 2020.01.0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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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울산 경제 위기 탈출, 中企가 답이다]
대기업 중심 주력산업 수출 의존도 줄이고
일자리 보고 중소기업 자생력 강화 주력
기술강소기업 허브화 추진 맞춤정책 지원
1900억 투입 지속성장 지원 인프라도 확충
올해 스마트 공장·R&D지원 사업도 박차

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로 주력산업의 생산과 수출, 내수가 줄줄이 하락한 지난해 울산 경제가 '첩첩산중'으로 요약된다면, 경자년 새해 울산 경제는 '암중모색'으로 풀이된다. 수출과 고용, 소비, 물가, 제조업 경기, 집값 등 경제지표 중 어느 것 하나 신통한 게 없는 울산 경제는 작년보다 올해가 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다. 울산의 4대 주력업종 중 국제해사기구(IMO)의 2020 규제 시행의 혜택이 기대되는 조선을 제외한 모든 업종이 어려울 것이란 예상 성적표는 이미 받아놓은 상태다. 지난해 선방한 자동차도 새해에는 힘을 제대로 쓸 수 없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 앞에서 울산 경제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대한민국 산업수도 울산의 위기. 과연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이즈음에서 되짚어보면 위기의 근원은 구조적 문제에 있다. 중화학공업 위주의 산업구조로 인해 대기업 한곳만 어려워도 지역 경제 전체가 휘청거리고, 글로벌 경제가 기침만 해도 울산 경제는 감기가 걸리는 지나친 수출 의존형인 것이 문제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이러한 지역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 급선무다. 수출 중심에서 내수와 균형을 이루고, 생산과 소비, 고용이 선순환 구조로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데, 바로 그 해답은 중소기업이 갖고 있다. 어둠 속에서 중소기업을 통한 위기 탈출의 가능성을 짚어본다. 편집자

울산시는 향후 10년간 500개사 유치를 목표로 '기술강소기업 허브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시는 향후 10년간 500개사 유치를 목표로 '기술강소기업 허브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울산 수출액, 8년전 대비 반토막
울산의 경제 규모(2017년 기준)는 제조업 연간 생산액 37조8,000억 원에, 지역 내 총생산액 75조5,500억 원으로 각각 7.6%와 4.1%의 전국 비중을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 생산은 전국 5위, 지역내 총생산은 전국 8위로 산업수도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울산의 위기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지표는 무역이다. 올해 10월까지 울산 수출액은 582억 달러로, 연간 1,000억 달러를 찍은 8년 전에 비해 반토막이 난 상태다. 고용은 지난달 기준 취업자 58만 명에, 고용률 60.1%, 실업률 3.6%로 지표상 크게 나빠진 것은 없다. 하지만, 이는 정부 재정을 투입한 착시 효과이고, 속을 들여다보면 양질의 일자리는 줄었고, 청년 실업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게다가 물가는 작년 한 해 내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낳았다. 경제성장률은 2017년 -0.7%, 지난해 0%에 이어 올해는 겨우 플러스를 기대하는 수준으로까지 악화돼 전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울산의 경제지표가 이처럼 하나 같이 무너지고 있는 데는 대기업 중심의 주력업종에만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조선, 정유, 석유화학 등 4대 주력업종은 내수보다 수출 의존도가 높아 세계 경기에 민감하고, 주요 수출국 중 한곳만 어려워도 업종 전체가 타격을 받는 구조다.

따라서 대기업 중심의 지역 경제 구조를 중소기업과 양립할 수 있는 체질로 바꾸고, 수출 일변도가 아닌 내수와 수출이 균형을 맞추는 산업구조로의 재편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정론이다. 이 과정에서의 해답은 당연히 중소기업에서 찾아야 한다.

# 지역 中企 7만9,000개…전체 고용 75% 담당
울산의 중소기업(2017년 기준) 수는 총 7만8,830개사로 전국에서 2.1%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중기업 2,101개사(2.7%), 소기업은 7만6,570개사(97.1%)이고, 나머지 159개사(0.2%)는 중소기업 범위 초과 기업으로 분류된다. 또 전체 소기업의 85.8%인 6만7,629개사는 소상공인이다.

산업의 개미군단으로 불리는 중소기업의 최대 가치는 뭐니뭐니 해도 '고용'이다. 지역 중소기업 7만8,830개사 종사자 수는 43만6,291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11월 울산 전체 취업자 58만 명의 75.2%에 달하는 수치다. 울산지역 일자리 10개 중 7개 이상을 중소기업이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 규모별 종사자 수는 소기업 25만9,917명(59.6%), 중기업 7만9,260명(18.2%), 중견기업 9만7,114명(22.3%)이다.

지역 중소기업의 업종별 사업체 수는 도·소매업과 운수·창고업을 비롯한 각종 서비스업이 전체 60%인 4만6,633개사에 달하고, 제조업은 7,183개사로 9.1%에 불과하고, 건설업은 3,260개사로 파악됐다. 또 신산업 분야인 정보통신업은 259개사(0.3%)에 그쳤다. 무엇보다 울산지역 중소기업 중 제조업체 수는 전체 10%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종사자 수는 가장 많은 17만6,888명(40.5%)에 달했고, 다음으로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이 각각 5만 명을 넘었다. 건설업은 3만6,000명, 운수·창고업 2만3,000명 등으로 종사자가 많은 업종으로 분류됐다.

# 울산 中企 최대 맹점은 대기업 '하청'
일자리 보고인 중소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스스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이 없다는 점이다. 자금과 인력, 기술력 등에서 절대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에 정책적 뒷받침에 손을 벌일 수밖에는 없는 게 현실이다.

중소기업이 안고 있는 이러한 일반적 문제점과 함께 울산이란 지역적 특성이 중소기업에게는 또 다른 한계를 안긴다. 바로 대기업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 '하청구조'다.
이와 관련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울산지역 제조 중소기업 90% 이상이 자동차·조선 하청기업이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에 부품이나 인력을 공급하는 이른바 '협력사'들이다.

이들 하청기업은 독자 브랜드를 가진 완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적은 순전히 모기업 성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모기업 수주 실적이 저조하거나 수출이 부진할 경우 덩달아 침체에 시름을 앓아야 한다. 무엇보다 대기업 납품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자체 기술력을 기를 생각을 하지 않는데다 웬만해선 인력 양성이나 업종 전환, 독자 상품 개발은 엄두를 내지 않는다. 지역 중소기업 중 고유 브랜드를 갖고 내수와 수출 시장을 파고드는 강소기업이 드문 이유도 이 때문이다.

# 지자체, 지역 중소기업 홀대도 문제
대기업 납품으로 배를 불리려는 타성에 젖은 중소기업도 문제지만, 말로만 중소기업 육성을 외치는 울산시 등 지자체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수많은 정책적 수단에도 불구하고 무관심과 홀대로 일관하는 지자체 공무원 행태는 아직도 여전하다. 오죽했으면 뿔이 난 중소기업 사장이 울산에서 사업을 접고 살 길을 찾아 탈(脫)울산을 계획하겠는가.

실제로 조달 우수업체로 지정된 울산의 5개 중소기업 중 1곳은 이미 타지로 옮겼고, 2곳은 이전을 심각하게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가 탈울산을 고려하는 이유는 울산 지자체들이 지역 업체에서 생산한 제품 구매를 외면하기 때문이다.

현재 울산시에는 지역 중소기업 제품 우선 구매 등을 위한 '중소기업 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 지원에 관한 조례'를 비롯해 중소기업 지원·육성을 위한 '중소기업지원기관협의회 운영 규정', '기업사랑 및 기업지원 등에 관한 조례' 등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 제도는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실제 행정 집행 과정에선 이러한 지원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게 중소기업인 얘기다.

# 강소기업 지속성장 기반확대 정책 추진
울산에는 현재 완성품을 생산하며 나름의 자생력을 갖춘 조달우수 기업은 5개사에 불과하다. 게다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강소기업은 2011년 이후 올해까지 모두 32개사가 지정돼 2016년까지 17개사가 졸업하고, 남은 기업은 고작 15개사 뿐이다. 울산 산업규모에 비해 우수기업과 강소기업이 의외로 적은 것은 울산시와 유관 기관의 노력 부족 때문이다.

일례로 정부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전문기업 육성을 위한 추진 중인 '강소기업 100' 선정에 울산에선 중소기업 3곳만이 1차 관문을 넘었다. 소부장 강소기업 100 1차 심사에서 총 301개 중소기업을 뽑았는데, 여기에 포함된 울산 업체는 단 1%에 불과했다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물론 당국의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울산 중소기업 지원기관이 생산성 혁신과 기술력 강화를 위해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스마트공장' 보급은 작년 71개사를 완료한데 이어 올해 91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울산시가 추진 중인 '기술강소기업 허브화'를 통해 지난해 강소기업 54개를 유치했고, 향후 10년 간 500개사 유치를 목표로 설정했다.

울산시는 올해 중소기업 지속성장 기반 확대를 위해 정책자금 지원 규모를 1,900억 원으로 확대하고, 중소기업 수요 연계형 맞춤 지원과 중소기업 제품 판로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또 선순환 창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기술 중심의 창업 지원과 함께 수요기반 펀트 운영, 열린 창업공간 마련, 벤처기업 육성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도 올해 다양한 창업 지원과 인력 지원에 나서고, 수출바우처 사업과 수출유망 기업 육성, 해외규격인증 획득 지원 등 중소기업에 대한 입체적인 수출 지원에 주력한다. 아울러 창업 성장기술 개발과 구매 조건부 신제품 개발, 공정·품질기술 개발, 스마트공장 구축 및 고도화 등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R&D 지원 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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