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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초대 민선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선거전이 본격화됐다. 하지만 여전히 이번 체육회장 선거는 깜깜이 선거에다 일부 후보들의 정치적 행보 등으로 본래 취지와는 다른 흐름으로 간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울산 첫 민간체육회장 선거가 정책선거가 아닌 인맥선거로 치러질 공산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지방선거나 총선처럼 후보들의 면면을 살필 수 있는 공약자료나 공개토론회 등이 없다보니 공약보다는 인맥 등 연줄이 우선시 되는 분위기다. 자질검증 시스템이 전무해 후보자들이 금권선거 유혹에 빠지기 쉬운 만큼, 공정선거를 실천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해 180억 원 가량의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울산시체육회 수장을 뽑는 선거이기에 시민들에게 충분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지만 정작 후보들의 면면도 제대로 알릴 방법이 없다. 지역사회의 관심은 적지 않지만 시민들은 제대로 모르는 깜깜이 선거라는 말이 이래서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는 지금까지 지방 자치단체장이 당연직으로 맡던 체육회장 자리를 민간인으로 선출해 정치와 스포츠를 분리하자는 취지로 추진됐다. 그러나 '깜깜이 선거'로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후보들의 공약을 확인할 수 있는 공약집이나 공개토론회가 마련되지 않는 등 후보 검증 시스템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거운동은 후보자 본인만 전화나 문자메시지, SNS 등을 통해 할 수 있다. 공개적인 유세는 선거운동 기간 전 출마 기자회견 정도에서 공약을 알리는 정도에 그친다. 이렇게 후보들의 면면을 살피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후보들의 공약보다는 인맥 등 연줄에 선거가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한 후보는 출마 기자회견에서 "타 후보가 체육회 임원들을 대동하고 자신이 송철호 시장의 복심이라고 흑색선전을 하고 다닌다"고 언급하는 등 벌써부터 인맥선거에 따른 과열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체육회의 공정성을 거론하며 흑색선전에 나서는가하면 일부는 정치적 입김을 동원하는 등 정치선거로 몰아가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더구나 일부에서는 간접선거의 특성상 자칫하면 공정한 선거구도를 훼손시킬 수 있다며 지역사회의 자정노력과 공명선거 감시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요구하는 분위기다. 

울산시체육회는 총 예산 189억 원 중 166억 원을 울산시에서 지원받고 있는 등 지자체 의존도가 높은 상태여서 어떤 선거보다 투명한 선거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같은 선거제도 아래에서는 민간체육회장 선거가 공정한 선거로 치러질 바탕이 부족한데다 오히려 체육계의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재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선거의 공정한 과정이다. 지금의 제도로는 후보자들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이 제대로 이뤄질 장치가 없다. 후보자들은 공약집을 책자로 제작해 배포할 수도 없고, 공식선거운동 기간 전 갖는 기자회견에서는 공약 발표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후보자들은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해 27일 후보자 3인이 공동으로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공약을 발표한 것이 전부다. 나머지 열흘 동안 후보자들은 대의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공약을 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전화, 문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메일 등이 유일한 유세방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다수 대의원들은 현실적인 공약과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보고 회장을 뽑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접은 상태다. 투표를 희망한 한 대의원은 "당연직이 아닌 대의원들의 경우 통상 지역 체육계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시체육회장후보자들에 대해서도 깜깜이 상태"며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할 공보물 등이 아예 전무한 상황이다보니 물망에 오른 후보들을 두고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식 풍문'만 잔뜩 돌고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후보자들의 공약이 확실히 공개된다해도 문제다. 공약의 실효성 검증을 위해 정책공약단이 운영되는 국회의원 선거와는 달리 체육회장선거는 공약단이 없다. 후보자가 실효성이 없거나,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을 공약해도 이를 걸러낼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체육회장 선거는 앞으로 민간 체육회장의 역할을 가늠할 중요한 선거여서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지자체 예산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새로운 수익원도 제시해야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만큼, 향후 체육회를 행·재정적으로 독립시킬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게 체육계의 중론이다. 단체장의 입김에서 독립된 체육회장을 뽑는다는 것은 그동안 사조직화 되다시피했던 체육회를 공공조직으로 변화시키는 첫 걸음이다. 그런 점에서 어던 방법으로 공정성을 확보하는가는 선거의 결과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체육회는 첫 선거가 형식적 절차만 지키는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투표권을 가진 체육인들은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로 당당한 체육회장을 뽑아야 할 의무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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